나의 수업과 일대일로(一帶一路)
나의 수업과 일대일로(一帶一路)
  • 중부매일
  • 승인 2018.10.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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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교사 이야기] 이임순 단양고 수석교사

작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아이들과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여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시베리아 평원을 달려보고, 하얼빈의 안중근의사 거사 현장과 여순 감옥의 안중근의사 순국 장소를 현장체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음 수행할 프로젝트 수업으로 미얀마나 라오스 같은 나라를 그려보았다. 학기 중에는 아이들과 방문 국가에 대하여 심도 있게 공부 한 후,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그 나라에 가서 학생들끼리 모국의 언어를 서로 가르쳐 주기도 하고, 교육 봉사 활동으로 우물파기나 벽돌을 쌓아 교실을 짓는 프로젝트 수업을 상상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였다.

올 여름방학 때, 라오스에서의 프로젝트 수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하여 아내와 배낭을 싸서 15박 16일 동안 중국과 라오스를 여행하였다. 중국 운남의 시솽반나(西?版納)을 거쳐 라오스의 국경 도시 보텐에서 입국 수속을 밟고, 루앙남타를 거쳐 농키아우,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라오스 국경 일대는 대규모 토목 공사로 난리법석이었고, 버스를 타고 루앙남타를 거쳐 수도 비엔티안으로 가는 내내 창밖으로는 중국에서 라오스를 관통하는 철도 공사와 수력 발전 댐 공사 현장이 이어졌다. 공사장 주변은 중국어 간판으로 된 식당과 숙소가 많아 중국인지 라오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말로만 듣던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눈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정책이 라오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오스가 중국의 경제 영토화는 물론 많은 부분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다.

이러한 우려는 교육기관을 방문해보니 현실로 드러났다. 루앙남타의 지방 교육기관을 찾아 짧은 영어로 방문 목적을 말하고 담당자를 만나서 수업 구상을 설명하니, 자신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고 한다. 중국이 철도와 댐 공사를 하며 인근 학교에 우물과 교실은 거의 무상으로 지어 주었으니, 지금 필요한 것은 컴퓨터나 다양한 악기 종류로, 이런 것들을 기증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 역시 시골 학교 교사인지라 난색을 표하고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임순 단양고 수석교사

물론 라오스에는 아직 오지가 더 많아 내가 꿈꾸는 프로젝트 수업을 할 곳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생각보다 더 빠르고 깊게, 중국의 주변 국가에 파고들고 있다. 기존에 일본과 우리나라가 동남아 국가에 유·무형의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이, 일시에 중국화(中國化) 되어 가는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동행한 여행자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특히 교육은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 소통적으로 이뤄질 때 상승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 라오스 여행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실감한 씁쓸하고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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