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8.11.1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8.11.1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난국의 해법으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또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3대 경제기조를 언급했다. 정부의 경제기조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기위한 방안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경제적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잘 살자'는 꿈을 어느 정도 이뤘으나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며 "우리는 발전된 나라 중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라고 말해 양극화현상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우리사회 현실을 직시(直視)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역대 최대로 급감한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로 급증했다. 이 같은 소득분배지표는 2003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최악이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은 생활이 더욱 팍팍해지고 부자의 지갑은 더욱 두툼해졌다면 병든 사회다. 문 대통령은 바로 이런 점을 우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법이다. 문 대통령은 "불평등이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점을 역대 정부도 인식해 복지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존의 성장 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밝혔다.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3대 경제기조를 흔들림 없이 밀고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고통의 시간을 인내할 만큼 녹록치 않다. 현재 경기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경기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본격적인 경기하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투자와 고용절벽으로 상징되는 경기 먹구름은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악천후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등 상당수 기업이 국내외 경제 악재 등을 고려해 내년 사업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고용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구직기간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15만 2천 명으로 1만 명이 증가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소비증대·경기활성화라는 선순환구조를 이루겠다는 것이지만 각종 경제지표는 소득주도성장 논리의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한날 대통령 국정지지도(리얼미터)가 5주째 하락하며 55.5%로 내려앉은 것은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결해 모든 국민들이 다 함께 잘사는 나라가 된다면 더할 나위없다. 하지만 경제가 위축되면서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모든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올해보다 내년이 더 불투명하다. 경제체질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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