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시리즈] 위기의 KTX오송역 - 1. 고속철 분기점, 오송역vs 천안역

최근 오송역 입지를 위축시킬 수 있는 '세종역 신설' 주장에 이어 최근 호남권에서 천안분기 호남연결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국토 유일의 고속철 분기점이라는 위상이 도전을 받게 됐다. 사진은 KTX오송역에서 이용객들이 KTX열차에 오르고 있는 모습.
최근 오송역 입지를 위축시킬 수 있는 '세종역 신설' 주장에 이어 최근 호남권에서 천안분기 호남연결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국토 유일의 고속철 분기점이라는 위상이 도전을 받게 됐다. 사진은 KTX오송역에서 이용객들이 KTX열차에 오르고 있는 모습.

[중부매일 최동일 기자] 국토 대동맥인 고속철도의 유일한 분기점 '오송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오송역은 10여년의 논란끝에 지난 2005년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역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오송역의 입지를 위축시킬 수 있는 '세종역 신설' 주장에 이어 최근 호남권에서 천안분기 호남연결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국토 유일의 고속철 분기점이라는 위상이 도전을 받게 됐다. 이같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북방경제'로 가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기점으로 오송역의 중요성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에 오송역의 입지와 위상 강화를 위해 오송역이 직면하고 있는 난관과 앞으로 풀어가야할 과제를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지난 31일 호남권 국회의원 17명은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세종역을 포함해 호남 KTX단거리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주장하는 호남 KTX단거리 노선은 천안아산역을 분기점으로 공주를 연결해 호남으로 가는 노선으로 전국 유일의 고속철도 분기점 오송역을 비켜가면서 이런 오송역의 입지가 사라지게 된다.

호남권 국회의원들은 호남 KTX노선이 오송역을 우회함에 따라 호남에서는 접근성과 비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호남노선의 직선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현재 진행중인 평택~오송간 KTX 복복선화 예비타당성 조사에 천안~세종~공주로 이어지는 신설 노선도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그러면서 오송을 경유한 목포~강릉간 국토X축 신철도비전인 강호축을 추진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하고 이와관련된 예산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호남권을 위해 새로운 고속철 노선을 만들어달라는 것으로 경부·호남선 분기점의 가장 중요한 잣대였던 '국토균형발전'과는 무관한 지역현안인 셈이다.

더구나 이 노선 신설에 3조1천억원이라는 예산이 필요하고 사업성면에서도 현재 상·하행선 각각 64회인 호남선 고속철 운행횟수를 감안할 때 타당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노선이 만들어져도 호남선의 운행시간은 5분밖에 단축되지 않고, 국가 기간망인 철도의 경우 주요거점을 중심으로 구성·운행돼야 효율성과 편리성이 더해지는 만큼 비효율의 전형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지난 2005년 분기점 결정 당시 오송과 천안, 대전 등 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가점수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오송역이 결정된 것이다.

당시 고속철도 분기역은 지역간 의견차이로 논란이 거듭되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각각 5명씩 추전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의 심사를 통해 확정됐다.

철도시설공단의 선정 평가자료를 살펴보면 오송은 가장 배점이 큰 '국가 및 지역발전효과'의 모든 항목에서 다른 지역을 앞섰고 천안은 대전에도 못미쳤으며, 교통성·사업성·건설 용이성 등의 우위와 함께 환경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가운데 호남권 등 국토균형발전 효과면에서 오송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반면 천안은 대전과도 차이를 보이며 최하위에 그쳐 지금 호남권 의원들의 주장이 단순한 운행시간 단축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분기역별 입지여건에서 천안역은 배후 이용권역이 다른 곳에 비해 가장 협소해 개발효과가 일부에 국한되며 국가기간 철도망의 효율측면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호남권의 천안분기 호남연결 노선 신설 요구로 고속철 분기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13년전 타당성에서 뒤져 분기점 경쟁에서 밀렸던 천안아산역.
최근 호남권의 천안분기 호남연결 노선 신설 요구로 고속철 분기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13년전 타당성에서 뒤져 분기점 경쟁에서 밀렸던 천안아산역.

이러한 평가는 지금도 유효해 지난 29일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의 "현재 상황에서 세종역 신설은 어려우며, 천안~공주간 호남선 KTX 노선은 비용도 많이 들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으로 재확인되고 있다.

호남선 신설주장 가운데 정동영 의원(민주평화·전주병)이 내세운 평택~오송간 KTX 복복선화의 효율성 문제 또한 김 장관이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는 초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혀 논리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분기점 선정 평가의 당위성은 현재 오송역의 역할과 위상을 살펴보면 분명해지는데 5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010년 11월 개통을 시작해 만 8년을 맞은 현재 비약적인 발전과 입지를 구축했다.

개통 이듬해인 2011년 120만명 이었던 오송역 이용객은 2017년 658만명을 넘어섰으며 하루 이용객은 같은 기간 3천282명에서 1만8천42명으로 6배 가량 늘었다.

또한 SRT를 포함한 고속철 운행은 올 9월 현재(주말기준) 경부축 총 259회 운행편중 127편이 정차하고, 호남축은 총 128회 운행열차중 74편의 열차가 머물러 하루 하행 94회, 상행 107회 등 총 201회 정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은 지금의 고속철 운행현황에 강호축 개발이 이뤄지게 되면 경부·호남선의 분기점에 오송~제천~원주를 거쳐 북방경제 노선인 강릉~원산~청진으로 연결되는 한반도 통합철도망의 거점으로 오송역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호남권에서도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천안분기 호남연결 노선과 세종역 신설 등에 역량을 낭비하기보다는 호남의 북방경제 진출 전진기지가 될 오송역 활성화에 더 많은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번 호남권 국회의원들의 모임에서 강호축의 추진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것도 호남권 북방경제 진출 거점으로서 오송역의 입지를 인정한 것이어서 이들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철도망에 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이미 13년전에 결론이 난데다가 명분도 타당성도 떨어지는 천안분기 호남연결 노선 주장이 '오송역'의 위상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른 것은 현 문재인 정부내에서의 호남권 의원들의 '정치적 위치' 때문이다.

세종역 신설 문제가 수년째 계속되는 이유가 이를 주장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력에서 비롯된 것처럼 여의도 정치판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호남권 의원들의 위치가 호남노선 신설 주장의 폭발력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런 까닭에 세종역 신설과 마찬가지로 천안분기 호남연결노선 문제 역시 정치적 잣대가 아닌 국토균형발전과 사업성 논리에 따라 평가되고 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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