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공공기관 채용비리근절추진단 현판을 부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공공기관 채용비리근절추진단 현판을 부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정부가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정부가 오는 6일부터 석 달간 1천453개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해 강도 높은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가 참여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상시기구로 발족키로 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조치는 지극히 당연하다. 고용비리 채용비리는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적폐다. 최근엔 신한은행 신입사원 부정채용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재판에 넘겨지는 등 은행권까지 번지고 있다. 바늘귀처럼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많은 청년들은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 발족은 시의 적절했지만 형식적이 조사에 그친다면 채용비리는 외려 독버섯처럼 퍼질 것이다.

국민들은 지난해 강원랜드 채용 비리가 발생했을 때만해도 특정 공기업에 국한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226명이 직권 면직된 강원랜드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드러난 친·인척 채용사례는 13개 공공기관 345명에 달했다. 일부 공공기관만 이 정도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이 이렇게 썩었는지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는 전수조사 결과 적발된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에게 징계·문책·채용취소 등 엄정한 조치를 요청하고, 비리 개연성이 농후한 경우에는 검·경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결과가 얼마나 신뢰를 받을지 의문스럽다. 무엇보다 결과가 나왔어도 채용비리가 뿌리 뽑힐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꼭 일 년 전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확산되자 김동연 부총리는 "공공부문 인사비리에 '무관용 원칙'으로 끝까지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비리 관련자는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이후 변한 것은 없다.

이처럼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매년 불거지면서 대부분 청년구직자들은 채용과정이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17~18일 구직자 2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4.1%가 자신이 겪은 채용과정에서 불공정한 조건이 반영된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답한 것은 많은 것을 시사(示唆)한다. '인맥과 부모의 배경'이 취업을 좌우한다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는 소중한 가치는 퇴색하고 청년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진 이후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2018년에도 음서제가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전수조사를 해서 책임자를 모두 처벌하라'는 댓글이 도배를 한 것은 청년들의 뜨거운 분노를 반영한다. 정부가 채용비리의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추상(秋霜)같은 자세로 실태 조사해 채용비리의 진상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낱낱이 밝히고 비리가 있다면 단죄(斷罪)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고용시장에도 '금수저'가 판치는 불공정한 사회를 절대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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