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오나교 독자·충남 강경고 학부모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실습장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 영동군청 제공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실습장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영동군청 제공

지금 생활이 귀촌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20여 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지 벌써 8년째이다. 그 중 이곳 금강가 시골산자락에서의 생활은 이제 3년째로 접어들었다. 3년은 돼야 익숙해진다는 고비를 넘기고 이제 내 마음에서 제법 우리집, 우리동네의 삶으로 여겨진다. 시골에 온 첫해는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아침을 요란하게 알려주는 산새들, 산바람, 자연내음, 동물친구들 때문이었고 이런저런 자유로움도 큰 몫을 해주었다. 어찌 보면 만족도 높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던 것 같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귀촌생활은 꼭 행복했어야 했다. 지금은 장단점이 있다. 가끔은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지만 고개가 저어진다. 시골인지라 일이 끊임 없고 덜 풍요롭더라도, 이제 와서 아파트 생활과는 바꾸지 않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귀촌해서 선택한 직업은 펜션과 카페 운영이다. 우리 부부는 농사를 포함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알아보다가, 카페가 멋진 이곳 산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첫 펜션 손님이 방문했을 때의 두근거림은 지금도 선명하다. 우리는 좌충우돌 수백 가지를 바꾸어 보고, 새로 만들어 가는 동안 자연스레 안정을 찾아갔다. 난생 처음 겪으면서 낯설음이랑 설레임이 동시에 느껴지곤 했다.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귀촌생활의 흔한 일상이 지인들의 방문이다. 오늘도 전에 살던 대전에서 친구들이 찾아왔다. 시골에만 살아도 친구들의 방문이 잦다는데 우리는 카페를 하니까 아주 마음 편하게 오곤 한다. 이런 재미가 시골카페주인만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오나교(강경고 학부모)
오나교 독자·충남 강경고 학부모

우리에겐 늦둥이가 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다. 아이가 중학교에 갈때쯤 우린 뭇 부모들과는 반대로, 작고 멋진 시골학교를 택했다. 우리부부가 결정한 일 중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이는 이 학교에서 행복한 3년을 보내고 지금은 강경고 1학년이다. 아이는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며 강경고를 갔다. 나도 가끔은 아이에게 공부욕심이 부려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주문처럼 혼잣말을 하곤 한다. '아들이 건강해서 참 좋다!'고. 그리고 "우리아이가 앞으로 긴 인생 살아가는 데 이런 환경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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