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한때 글로벌시장을 빠르게 질주하던 한국 자동차산업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자동차 산업은 고용의 13%, 수출의 11%를 담당하는 한국 제조업의 버팀목이었지만 올 들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 현대자동차 영업이익률은 1.2%, 기아자동차 영업이익률은 0.8%였다. 100원 팔아 1원 남겼다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의 위기가 자동차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 감소는 협력업체 부담으로 가중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1차 협력부품업체 89곳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2곳이 영업적자라고 한다.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부실규모가 훨씬 커진다. 자동차부품업계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주로 몰려있는 경북·울산·경남등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지만 충청권도 예외지역은 아니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 보고서를 보면 충청권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관련 사업체 수는 모두 1천750여 곳에 달한다. 충남이 836곳으로 가장 많았고 세종 508개, 충북 322개, 대전 86개 등이다. 완성차업계가 부진하면 부품업체들은 더 큰 고통을 겪는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 부품사 89개사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전년 대비 약 6조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이럴 경우 지역경제에 파급영향도 크다. 실례로 지난달 대한상의가 발표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 조사에서 충북은 68이라는 저조한 기록을 내면서 전국하위권으로 주저앉았다. 지표 하락을 주도한 것은 충북 진천, 음성 자동차 부품업체들이었다. 자동차산업이 벼랑에 몰리면 일자리도 감소한다. 대전 대덕대 자동차학과, 충남 공주대 기계자동차공학부, 충북 영동 유원대 자동차소프트웨어학과 학생들도 갈 곳을 잃는다. 자동차 산업은 수직적·수평적 산업연관도 강해 차 산업이 무너지면 IT, 서비스, 철강 등 인접 산업에도 불똥이 튀면서 고용시장이 축소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처럼 부품업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졌는데도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얼마 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조만간 자동차 부품업체를 위한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임시방편' 또는 '뒷북치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벌써부터 30조원대에 달하는 금융권 대출상환을 요구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 업체들이 벼랑에 몰리면 주변상권까지 찬바람이 불면서 지역경제도 위축될 것이 뻔하다. 정부는 완성차업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혁신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자동차노조는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또 충청권 지자체도 부품업체들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급변하는 자동차산업에 발맞춰 부품 신기술 육성을 위한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확보할 수 있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