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결혼. / 클립아트코리아
결혼. / 클립아트코리아

요즈음 일주일이 멀다고 모바일 청첩장을 받는다. 강원도, 전라도 광주로, 안산으로 그야말로 전국구 결혼예식에 참석한다. 가는 곳마다 다양하게 치러지는 결혼식은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안산 예술의 전당 야외 전통혼례식을 참석했다. 전통 혼례하면 막연하게 '복잡하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예식 시간에 임박하여 도착한 식장은 여우도 함께 시집을 가는지 햇볕이 반짝 하더니 방향 없이 불어대는 바람과 함께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흐렸다 개였다 반복하니 마음이 심란했다. 어수선 분위기 속에서 혼례식이 이루어졌다. 양가에서는 하객들에게도 한복을 임대하여 입도록 했다. 젊은 친구들은 형형색색 한복을 입고, 진행팀도 한복을 착용하여 식장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듬직한 신랑은 관복을 입고 허리에 띠를 두르고 사모를 쓰고 대기석에 앉아 있었다. 신부는 화관을 쓰고 화려한 궁중 활옷을 입고 반대편에서 꽃가마에 앉아 생글생글 웃고 있다. 신랑이 싱글벙글 하는 모습을 양가 부모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혼례 시작되자 신랑 어머니는 홍초에 신부어머니는 청초에 촛불을 밝혔다. 청사초롱을 들고 한복을 곱게 입은 서너 살 된 남자아이 둘이 앞장서자 어찌나 앙증맞은지 식장은 함박웃음바다가 되었다. 신랑이 신부 어머니에게 나무 기러기를 바치는 전안례를 시작되었다. 이 의식은 기러기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덕목을 본받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첫째, 기러기는 보통 수명이 150-200년인데 ,짝을 잃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 한다. 둘째, 기러기는 하늘을 날 때 행렬을 맞추어 앞서가는 새가 울면 뒤 따라 가는 새도 화답하여 상하 질서의 예를 지킨다. 셋째,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남기는 속성이 있다. 이처럼 사람도 삶의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 있단다.

초례상 위에는 수탉과 암탉이 보자기에 싸여 목을 내밀고 있었다. 낯선 풍경에 당황을 했는지 가끔씩 '꼬꼬댁' 거리며 주변을 경계 하는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려댔다. 닭을 두는 이유는 아침에 우는 수탉의 울음처럼 밝고 신선한 결혼 생활을 시작하라는 의미와 함께 악귀를 낸다는 의미이고, 암탉은 달걀을 많이 낳는 것처럼 신부도 건강한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집례자가 " 아들 딸 열 명 낳고, 천년만년 잘 살아라'는 덕담을 합창하게 하고 혼례식은 끝났다. 형식이 많이 축소되었지만, 부부라는 인연의 소중함을 완성시키데 예와 성을 다하여 진행되었다. 하늘도 축복하는지 어느 덧 햇빛이 산란하게 빛났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두 사람은 오늘 가정이라는 입구에 들어섰다. 살아보기 전까지는 그 깊이도 알 수가 없다. 결혼은 위로는 조상을, 아래로는 자손을 종속시키고 서로 공경하며 분별이 있고 평생 고락을 같이해야 한다. 살다보면 수많은 흔들림이 있기 마련이다. 나침판이 흔들리는 이유가 제자리를 찾기 위함이란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아프게 흔들리고 심한 떨림이 있어도 동행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기에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결혼! 만남의 결실, 내가 선택한 길, 인생의 길은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이다. 생이 끝나는 날까지 서로 의지하며 지혜롭게 걸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부는 서로가 간절하기에 행복하고 아름답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