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등학교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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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시골 초등학교 화단에는 이름 모를 돌과 풀, 벌과 나비, 화려하게 계절 따라 수놓는 개나리, 철쭉, 목련 장미, 봉숭아, 해바라기 등 꽃들로 가득했다. 운동장 주변에는 측백나무 쥐똥나무가 울타리를 지키고 한 여름 쉼터를 만들어 주는 등나무 느티나무가 그 운치를 더해주었다. 가끔은 입맛을 돌게 하는 앵두, 벚, 보리수가 보이고 포도, 복숭아, 살구, 대추나무도 손짓했다. 사육실 한 편에는 토끼, 닭, 염소가 노닐고 날개와 목소리가 유난히 아름다운 공작새와 앵무새가 학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유관순 독립운동가 등 나라의 큰 공을 세웠던 인물의 동상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게다가 교과서 어딘가에 나올 법한 기린, 소 , 말, 코끼리, 거북이 등도 단골 조각상이었다. 시대의 아픔과 교육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실컷 뛰어놀다 시들해지면 어느 순간,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가서 거수경례를 하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 부하들에게 "여봐라! 게 없는가?"호령하며 군사들을 독려했다. "세종대왕님! 한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관순 누나, 고맙습니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두 손 치켜들었다. 존경과 감사, 그리고 불의에 항거할 줄 아는 정의감이 살아있었다. 그러다 숲속 키다리 '기린' 조각상 앞에 이르러서는 목을 길게 빼들고 능청스럽게 높은 곳에 위치한 나뭇잎 몇 조각을 따먹기 위해 이리저리 눈동자 굴리며 까치발로 아등바등 거린다. 이내 친구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까르르 웃곤 했다. 농부가 되어서는 "이랴 이랴~" 긴 줄 낚아채며 밭 갈아엎는 동네할아버지가 되어 위엄을 과시했다. 말안장에 올라타서는 턱없이 짧은 다리로 박차를 가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누가 시켜서 한 일들이 결코 아니었다.

내년부터 5~6학년 교육과정에 본격적으로 연극 부분이 들어오게 된다. 그동안 교사들의 재량에 따라 다루긴 했지만 과목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국어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그리고 도덕과 '공정한 생활'이나 '위대한 성인들의 가르침' 같은 영역에서 흥미를 더욱 유발하며 가능할 것이다. 조각상 놀이도 좋은 연극수업의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학생들을 둥근 대형으로 서게 한다. 그리고 2명이 한 조가 되어 1명은 조각상이 되고, 다른 1명은 조각가가 되어 보는 활동을 한다. 이때 조각가는 조각상의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구상한대로 옮기고 얼굴 표정도 다양하게 주문한다. 약간의 소품을 이용하면 더욱 창작의 불을 지필 수 있다. 조각상이 된 사람은 자신의 포즈(pose)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어떤 작품이든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는가? 자신의 생각을 조각가의 의도에 추가해서 조각가의 설명이 끝나면 정지된 자세에서 자신만의 함축적 언어와 동작을 표현해 본다.(얼음! 땡! 게임을 가미 하면 더욱 재미있다. 얼음은 멈추기, 땡은 움직이기). 예를 들어 조각가가 어떤 대회에서 우승한 스포츠 스타로 마냥 행복해 하는 장면을 조각했다면? 조각상은 '얼음' 동작에서 '땡'으로 전환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행동과 대사를 한다. 아이들은 곧 기발함과 공감에 폭소를 터뜨린다. 즉석에서 예술가의 혼을 담아 낼 수 있는 연극 활동의 기초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관점을 통해 새로운 발상과 도전을 수행하며 흥미롭게 사고력과 상상력,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이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며 거창한 외양보다는 자율과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고 새로운 공간적 확대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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