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악한 통치자가 백성을 해함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대학교수로 살아가기! 그 여정은 고통과 행복의 쌍곡선으로 점철되기에 참으로 미로를 걷는 기분이다. 그러나 인생 자체가 苦海(고해)라 했으니, 행복이 함께 곁들여진 삶은 그나마 괜찮다는 위로, 그 위로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의 일이다. 학생들 과제물 검사를 하다가 한 학생이 과제물 말미에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요?"라는 제법 매서운 질문을 내게 던져왔다. 제출한 과제물 겉장에 "형평성을 갖춘 비판정신이 인문학적 가치에 하나가 아닐까?"라고 적어주었다. 제대로 된 대답인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무조건적 비판, 근거 없는 비판은 허위적 비난에 불과하다. 비판은 상황과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기 위한 깊은 사색과 명철한 판단을 거쳐야하기에 고통스런 과정의 결과물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孟子(맹자)』 「梁惠王(양혜왕)」편의 고사가 생각이 났다.

戰國時代(전국시대), 孟子는 여러 제후국을 돌아다니며 統治者(통치자)들에게 王道(왕도)를 펼치고, 仁政(인정)을 베풀어야 天下(천하)가 태평해진다고 遊說(유세)하였다. 孟子가 梁惠王에게 "사람을 몽둥이로 때려서 죽이는 것과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梁惠王이 "아무런 차이가 없지요"라고 대답하였다. 孟子가 다시 "그렇다면 폭정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梁惠王이 "역시 같은 것이지요"라고 대답하였다. 孟子가 이에 "현재 당신의 주방에는 고기가 가득하고, 말도 잘 먹여 튼튼하지만, 백성들은 굶어서 얼굴이 누렇게 떠있고, 배가 고파 바짝 말랐고, 들판에는 굶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즐비합니다. 이는 백성의 부모라 할 수 있는 관리가 '野獸(야수)를 몰아다가 사람을 잡아먹는(率獸食人)' 꼴이지요" 라고 말했다. 梁惠王이 대답이 궁색하여 어찌할 줄 몰랐다.

'率獸食人'은 무능하고 이기적인 위정자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一刀見血(일도견혈)'의 좋은 예라 하겠다. 정곡을 찌르는 孟子의 이러한 비판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깊은 사고, 심오한 지식, 풍부한 경험을 통한 예리한 통찰의 결과물이다. 孟子가 王道政治(왕도정치)의 이상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형평성을 갖춘 비판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멋진 가을에 깊이 숙려하고 고민하여 세상사에 형평성을 갖춘 비판정신을 날카롭게 펼쳐보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조금은 행복한 곳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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