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최종석 미래과학연구원 운영위원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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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에 은행나무가 있다. 높이 솟은 은행나무는 보기도 좋고 시원하다. 녹색이던 은행잎이 어느새 노랗게 물들었다. 한 잎, 두 잎이 떨어지더니 마구 떨어져서 주변을 더럽히게 되었다. 봉사 활동하던 학생 중의 한 명이 은행나무 잎을 주어서 살펴보고 있다. 이쁘다는 것이다. 책갈피에 꽂아놓는다고 한다. 옛날에는 은행나무를 책갈피에 꽂아 놓는 학생들이 많았다.

최근에 영국의 유명한 식물학자가 제안하였다. 은행나무는 침엽수인가? 활엽수인가? 분명히 우리는 침엽수라고 답할 것이다. 은행나무의 진화과정에서 침엽수와 같은 잎 모양을 가지고 있다. 잎이 갈라지다가 점점 붙어서 현재와 같은 모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나눌 필요가 있는가? 우리의 기준이 은행나무를 침엽수, 활엽수라는 2분법적인 분류는 옳은가? 진화적으로 올바른 분류기준인가? 고생대 말기에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 은행나무는 어떠한 도전을 받았을까?

끝없는 기후변화에 의하여 적응하고 진화한 결과이다. 중국의 한 지역을 빼고는 은행나무는 자연적으로 생식할 수 없다. 끊임없이 진화한 결과이다. 암그루에서는 열매가 열리지만, 열매가 땅에 떨어져 발아하지 않는다. 생식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생식능력이 없거나 적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무성생식을 선택한 것이다. 종의 존재를 위협한다. 유전자가 같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같다는 것은 환경변화에 약하다. 어느 순간에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괴산의 문광저수지 주변에 은행나무가 있다. 단지 저수지 주변에 무심코 심어놓은 은행나무가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한다. 자르지 않고 자연적으로 성장하게 놓아둔 것이다. 사진을 찍고 관광을 한다. 사람들에게 오라고 한 것은 아니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은행나무의 잎이 떨어지는 모양이나 연못과 어울린 풍경은 사람들을 모은다. 몇 년 전에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 낙엽을 치우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낙엽을 밟고 다니는 느낌은 기분이 좋다. 굳이 낙엽을 치워서 낙엽을 밟는 느낌을 없애야 하느냐? 이다. 시간이 지나면 바람이 불어서 낙엽은 한쪽으로 모이게 된다. 물론 지저분하다. 학교에서의 나뭇잎은 어떤가? 학생들에게 낙엽을 밟고 느끼는 감성을 줄 것인가? 깨끗한 환경을 줄 것인가? 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하여 성장하는 나무의 중간을 잘라서 키를 낮출 것인가? 자연적으로 성장하게 할 것인가? 은행나무 열매의 냄새 때문에 가로수를 바꾼다. 나름의 변화이다. 은행나무의 도전은 아니다.

최종석 미래과학연구원 운영위원

은행나무는 고생대에서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 살아왔다. 지금도 도전을 받고 있고 도전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자연적인 것을 좋아한다. 문광면에 사람이 모이는 것도 방송 탓도 있지만,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지속적인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은행잎은 고생대 이후로 계속하여 떨어져 왔다. 오늘 아침에 떨어진 은행 나뭇잎이 이쁜 이유가 무엇인가? / 미래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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