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교육청 김덕환(가운데) 행정국장이 5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고교 무상급식 확대에 따른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 김금란
충북도교육청 김덕환(가운데) 행정국장이 5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고교 무상급식 확대에 따른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 김금란

[중부매일 사설] 초·중·고·특수학교의 전면적인 무상급식 분담률을 놓고 충북도·시·군 지자체와 충북교육청간에 벌써부터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갈등 배경은 두 가지다. 재정부담이 우려되면서 분담률 조정과 전면시행에 대해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학교급식을 맡고 있는 충북도교육청이 예전과 동일한 분담률과 고교 무상급식 전면시행 계획을 밝혔지만 충북도를 비롯한 도내 시·군은 분담률 조정과 함께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예고된 대립이다. 고교무상급식 실시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도교육감이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제시한 공약이다.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교육복지정책을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을 비롯한 상당수 시장·군수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전면적인 고교무상급식에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이 없다면 충북도및 시·군과 충북교육청간에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이미 3년 전에도 겪었던 일이다. 지난 2015년 무상급식 분담금 문제를 놓고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끊임없이 충돌을 빚다가 도민들의 빗발치는 비판여론에 1년여 만에 간신히 매듭을 지었다. 이번 분담률 조정과 전면실시 여부를 놓고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예산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에 2조 9311억 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무상교육(연간 2조 4천억 원 추정)과 무상보육(누리과정·3조 8294억 원) 예산도 만만치 않다. 모두 합쳐 약 9조 원이 필요한 셈이지만 교육복지 확대로 교육재정은 여유가 없다고 한다. 이처럼 예산이 크게 소요되다 보니 이전 두 차례 지방선거에선 무상 카드를 들고 나온 후보들을 두고 보수 교육계와 정치권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2010년 6월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중도 사퇴한 것도 무상급식 때문이다. 당시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 안을 의결하자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에까지 부쳤다가 투표율이 기준치에 미달하면서 오 시장이 물러나 중앙정치의 지형도까지 변했다.

이 지사는 무상급식에 대해 전향적이고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모신문 기고에서 "무상급식은 국가 책임이고 여야의 공동 책임이다. 우리 모두 아이들이 점심 한 끼 눈치 보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게 아량을 베풀길 바란다"고 정치권에 호소했으며 4년전에는 헌법 31조까지 거론하며 "초·중등, 더 나아가 특수학교, 고교까지의 무상급식은 헌법에 따라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라며 "무상급식은 엄밀히 말하면 의무급식"이라는 말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막상 추진단계에서는 분담률과 시행방식을 놓고 도교육청과 충돌하고 있다. 선거 땐 학부모에게 온갖 생색을 다 내다가 막상 예산을 분담할 땐 딴소리를 하다 보니 진의를 의심받는 것이다.

고교 무상급식은 이제 대세가 됐다. 충북에서도 옥천군은 지난 6월부터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어차피 고교무상급식을 실시할거면 팽팽한 줄다리기로 시간만 질질 끌 것이 아니라 3년 전 전례를 교훈삼아 조기에 원만히 합의하기 바란다. 그래야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눈치안보고 학교에서 맘껏 식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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