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교체 후 기존사양 못 따라가" vs 시 "해당 사양 충분"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중부매일이 지난 7일 보도한 '천안지역 시내버스 운행노선 표기 없이 주행'의 원인이 낮은 사양의 기기가 납품돼 발생한 오류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천안시는 해당 CPU의 납품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운행노선 표기 오류의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라 업계와 천안시간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천안시와 엔지니어 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월 1억 3천여만원의 사업비로 2018 시내버스 구형 LED 전광판 개선사업을 펼쳤다. 내구연한(8년)이 초과된 구형 LED 전광판을 신형으로 교체한 것으로 전체 교체 18대, 후면 교체 5대 등 23대가 사업 대상이 됐다.

사인펜을 지운 CPU에 회사와 사양의 외부 표기가 희미하게 확인된다. /유창림 기자
사인펜을 지운 CPU에 회사와 사양의 외부 표기가 희미하게 확인된다. /유창림 기자

23대에 대한 신형 LED 전광판 교체는 지난 9월 마무리됐고, 이후 시내버스가 노선 오기 상태에서 운행이 된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엔지니어 업계에서는 LED 전광판의 메인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CPU가 기존 사양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오류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중부매일이 23대 버스에 납품된 신형 LED 전광판 CPU 중 일부를 점검한 결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CPU 제작회사와 사양 등의 외부 표식이 사인펜으로 훼손돼 있던 것. 해당 CPU의 사양은 사인펜 자국을 지운 후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신형 LED 전광판에 적용된 CPU의 사양을 확인한 결과 ▶코어 및 속도는 16MHz ▶SRAM은 4KByte ▶Flash는 2MByte 수준이었다.

이는 천안시가 과업지시로 요구한 ▶코어 및 속도 175MHz의 1/10 ▶SRAM 256KByte의 1/64 수준 ▶Flash 4MByte의 1/2 수준에 불과한 사양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부품 하나의 가격이 전체의 납품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 CPU의 사양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해당 CPU의 외부표식이 사인펜으로 훼손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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