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충주종합운동장 전경 / 충주시 제공
충주종합운동장 전경 / 충주시 제공

[중부매일 데스크진단 정구철] 충주시가 당초 공설운동장을 매각키로 했던 정부와의 약속을 뒤집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시는 지난해 충주에서 개최된 전국체전을 위해 호암동에 충주종합운동장을 신축하면서 정부로부터 기존 충주공설운동장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2013년 지방재정중앙투융자사업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공설운동장 인근의 일부 주민들이 매각처분 대신 공원조성 등을 건의하자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조길형 충주시장 후보가 공설운동장을 도심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시는 공설운동장 공원화를 전제로 공설운동장 부지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비 3천만 원을 추경안에 상정했지만 시의회는 "공설운동장 매각에 대한 정부와의 약속을 어길 경우, 향후 국비 보조사업 심사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당초 정부와의 약속대로 매각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시는 충주공설운동장 활용방안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을 듣겠다며 지난 5일 공청회를 열었다. 조길형 시장은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공청회는 결정이 아니라 의견수렴의 장"이라고 밝혔지만 공설운동장 공원화는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최소한 공설운동장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공청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불공정하고 적절치 않다. 공청회를 연 것만으로도 당초 매각키로 한 정부와의 약속을 어길 수 있다는 전제이기 때문이다. 예상했던대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7명의 토론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공설운동장 매각 반대를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시는 또 "공청회 참석자의 93%가 공설운동장 매각에 반대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냈다. 이 역시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하다. 이번 공청회가 조 시장의 공약에 대한 '명분쌓기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행정은 원칙과 상식에 어긋남이 없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선거공약은 후보자 개인이 내건 약속이지만 정부와 충주시의 약속은 충주시민 모두가 정부와 새끼손가락을 건 약속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와의 약속을 어길 경우, 충주시는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향후 국비보조금 확보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일부 토론자는 "현대 행정이 중앙집권적인 일방지시 행정이 아니고 시민들의 여론을 들어 정책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여론을 이유로 든다면 (정부와의 약속 위반에 따른 불이익을)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히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자위적인 해석이다. 공평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중앙정부에게 원칙 위반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충주시의 재정자립도는 20%도 채 안된다.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국·도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충주시가 국비 확보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설운동장을 매각하지 않으려는 것은 극히 무모한 짓이다. 만약 시장이나 공무원들이 자기 개인의 살림이었더라도 이처럼 손해를 감수하려 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합리적인 재정운영은 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이 문제는 결코 가볍게 생각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충주시는 스스로 논란을 키운 이번 사안에 대해 원칙과 상식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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