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성호 서울주재

31일 오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세종역 포함 호남 KTX 단거리노선 신설 및 지역 현안 논의를 위한 호남국회의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0.31 / 연합뉴스
31일 오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세종역 포함 호남 KTX 단거리노선 신설 및 지역 현안 논의를 위한 호남국회의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0.31 / 연합뉴스

[중부매일 기자수첩 김성호] KTX 호남선 직선화를 요구하고 있는 호남 국회의원들의 논리적 비약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세종역을 포함해 호남 KTX 단거리 노선 신설을 추진키로 하고 '세종 경유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모임(약칭 세호추)'까지 결성했다. 그간 호남 KTX가 오송역을 우회함에 따라 접근성과 비용 등에서 호남 주민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다. 이에 세종역 신설을 결사반대하고 있는 충북도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모임에는 호남 국회의원 28명 중 17명이 참석해 향후 행보가 예사롭지 않음을 예고했다. 특히 '세호추'는 호남 KTX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평택~오송 간 KTX 복복선화 예비타당성 조사에 천안~세종~공주로 이어지는 신설 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키로 했다. 다만, 오송을 경유한 목포~강릉간 한반도 X축 신(新)철도비전인 '강호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면서 충북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잔꾀까지 부렸다. 이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정치권은 향후 있을지 모를 정계개편을 겨냥한 사전포석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놨다. 친정인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면서 세종역 신설에 깃발을 높이든 호남출신 이춘희 세종시장을 측면 지원하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김성호 서울주재
김성호 서울주재

그러나 이들의 호남 KTX 직선화 논리는 호남지역 KTX 곡선화 사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자신들의 파놓은 함정에 자신들이 빠지는 형국이다. 세호추는 기존 호남선과 호남선 직결 노선이 아닌 나주~무안공항~목포 임성리로 우회하는 곡선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오송역과 비슷하게 호남 KTX 직결노선(나주~목포 구간 33km)보다 거리는 18.2km가 늘어난 51.2km, 시간은 12분보다 6분 늘어난 18분, 소요금액은 5천430원보다 2천990원이 늘어난 8천420원이 예상된다. 즉, 호남 주민들이 오송역을 우회하며 지불하는 댓가보다, 수도권이나 충청·강원권 주민들이 호남을 찾을 때 우회하며 지불하는 댓가가 더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호남 국회의원들은 천안~세종~공주를 잇는 직선화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무안공항을 우회하는 곡선화가 아닌 나주~목포간 직선화부터 검토·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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