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관희 청주일신여고 교장

지난해 수능인 11월 17일 청주 신흥고등학교 시험장 자료사진 /신동빈
지난해 수능인 11월 17일 청주 신흥고등학교 시험장 자료사진 /신동빈

인간의 두뇌는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두뇌를 어떻게 활용하고 훈련시키느냐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교육자로서 수많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속에서 인간의 발전과 발달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연령의 학생들이지만 어떤 환경과 경험을 하면서 성장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물리적·정서적인 성장의 과정을 밟아 나간다는 것을 경험해 왔습니다. 사소한 일도 처리하기 어려워했던 학생이 훌륭한 공직자가 되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인재로 성장하고, 연구원이 되고, 기업을 일으키고, 사회의 지도자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수 없이 보아왔습니다.

올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이러한 잔잔한 상념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단 하루 동안 치러지는 오지 선다형의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능력을 획일적으로 재단하고 단정 짓는 시스템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돼온 것에 대해 이제 한번쯤은 되돌아보고 생각해 보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모더니즘 시대에는 같은 생각을 하고 비슷한 삶을 살아야 했기에 그것은 다른 선택권이 없는 최선의 결정이었겠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도 훨씬 지난 초다양성(hyper-diversity)의 시대, 초 개성의 시대에는 이제 새로운 종류의 교육과 학습, 그리고 평가 제도를 통해 새로운 교육으로 거듭나야 하는 시간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수학능력시험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시스템에 대한 논란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하루 한 과목의 시험을 글쓰기를 통해 여러 날 동안 치르는 프랑스와 독일처럼은 아니어도, 지난 60여 년 동안 교육적인 성공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선도적인 위치를 찾는데 있어서 성공해온 우리나라에 더 알맞고 전향적이며,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학생들의 사고와 경험과 시야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가있는데, 학생교육과 평가는 아직도 이전의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합니다.

수능시험 당일이면 새벽부터 어김없이 시험장 앞에서 벌어지는 후배들의 응원소리와 부모님들의 기도와 눈물을 이제는 좀 더 성숙한 분위기로 변화해갈 수 있도록 선도해 나가는 것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기를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자녀들이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가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제 능력보다는 훨씬 못한 성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시대에 뒤처져 기계적인 단순한 시스템 안으로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을 어른들이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에게 대학입시의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시간이 다가오겠지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 담담한 마음을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실력들을 한껏 펼쳐 보이고, 그 결과에 너무 상처받고 연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수능시험을 본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분이 새로운 미래세계를 창조하기를 바랍니다.

둘째. 인생은 길고 긴 삶의 다양한 여정(旅程)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지금 이 시험은 그 많은 것들 중에서 단 하나, 점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치르기를 빕니다. 결과가 좋으면 더 할 나위 없이 고맙지만, 설혹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해도 너무 주눅이 들 필요는 없습니다.

셋째. 이 나라의 미래가 여러분에게 달려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인들과 나란히, 아니 그들보다 더 앞서서 전진해 나가기를 빕니다. 이세상은 학생들이 마음먹은 대로 그곳을 향해 가게 되어 있으니, 시험이 끝난 뒤에는 무한한 상상력을 키우는 독서를 많이 해야 합니다. 결국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며, 여러분 앞에는 더 크고 다양하며 발전되고 희망 가득한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한관희 청주일신여고 교장

꿈을 크게 가져야 이루는 것도 많은 것입니다. 큰 꿈을 갖고 그곳을 향해 자신 있게 나아가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들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교정을 서성이고 가슴 태웠던 시간도 이제는 한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노심초사했던 선생님들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신 분들 모두에게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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