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한포기 3천원… 지역농가 수익은 '300원'
"5천 포기 1년 농사 지어도 100만원 벌기 어려워"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신리에서 30년째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홍성운씨가 13일 밭에서 수확한 배추를 다듬고 있다. 올해 날씨탓에 배추가 잘 여물지 않아 크기가 작은 배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 김미정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신리에서 30년째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홍성운씨가 13일 밭에서 수확한 배추를 다듬고 있다. 올해 날씨탓에 예년에 비해 배추가 잘 여물지 않아 크기가 작은 배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작년에는 풍작이라 제값을 못받았는데 올해는 배추 통이 작다고 제값을 쳐주질 않네요. 밭에서 파는 건 1포기에 300~350원 받아요."

김장철을 앞두고 본격적인 배추 수확철을 맞았지만 배추농가들은 수확의 기쁨 대신에 걱정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올여름 긴 폭염에 이어 곧바로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예년에 비해 배추가 잘 여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흉작에 따른 '미니' 배추들이 속출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신리에서 30년째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홍성운(68)씨는 13일 수확한 배추를 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예년에 비해 배추가 속이 꽉 차지 않고 사이즈가 작기 때문이다.

김장철을 맞아 배추재배 농민들이 배추를 수확 하느라 바쁜 손길을 움직이고 있으나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김용수
김장철을 맞아 배추재배 농민들이 배추를 수확 하느라 바쁜 손길을 움직이고 있으나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김용수

매년 600평(1천980㎡) 밭에서 5천 포기 배추농사를 지어온 홍씨는 "미원지역 배추는 고랭지라 맛이 고소하고 아삭아삭하며 김장을 담가도 오랫동안 무르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홍씨는 "올해는 일찌감치 8월 14일에 배추를 심었는데도 잘 여물지를 않았다"며 속상해했다. 이어 "배추 5천 포기 1년 농사를 지어도 인건비에 비료, 트랙터비 빼고 나면 100만원을 손에 쥐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낭성면 지역은 청주지역 배추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대표적 배추재배지역이다.

미원면에서 50년째 배추농사를 지어온 홍현표(68)씨 역시 올해 4만 포기를 농사지었지만 수확의 기쁨이 크지 않다고 했다. 홍씨는 "배추값은 10년에 1~2번 밖에 '금(金)'이 없다"며 "올해는 가격은 괜찮은 '금(金)'이지만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의 기쁨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절임배추의 경우 1박스 20㎏에 8~9포기가 들어가는데 올해에는 10~13포기가 들어가게 돼 배추물량이 더 들어가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농가들이 본격 수확에 나서고 있다. / 김미정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농가들이 본격 수확에 나서고 있다. / 김미정

홍씨는 또 "마트는 배추 1포기에 2천원씩 팔지만 우리는 1포기에 500~600원밖에 못 받는다"며 "농사 지어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돈을 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원면 기암리에서 1만평(3만3㎡천) 배추농사를 짓고있는 이명희씨는 지난주 수확을 마쳐 김치공장에 배추를 납품했다. 1㎏당 200원씩 쳐서 받았지만 예년에 비해 배추 크기가 작아지면서 물량이 더 들어갔다. 이씨는 "올해 날이 냉하고 비가 많이 와서 배추가 흉작"이라며 "작년에는 1포기에 4㎏ 정도 (무게가) 나갔는데 올해에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인건비에 대한 고충도 꺼내놓았다. 일주일간 배추를 뽑았다는 그는 사람 구하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하루 인건비로 남성 10만원, 여성 7만원씩 줬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13일 청주시농수산물시장의 배추 도매 가격은 3포기 1망(10㎏)에 4천~5천원대, 청주지역 대형마트에서는 1포기(1.2~1.5㎏) 2천98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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