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21일 오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18.10.21 / 연합뉴스
21일 오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18.10.21 / 연합뉴스

남북통일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유아교육·보육 통합에 대한 논의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초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전개되어 왔다. 2005년 이후 유보 협력 및 통합 연구가 육아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누리과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면서 '유아교육'과 '보육'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미 OECD 국가를 포함한 세계적 추세는 영·유아기 발달의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유아교육과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타산지석에 되었다. 유아교육은 유치원만으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유아교육·보육'의 통합을 영유아에 대한 국가의 투자로 하여 이 통합정책이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적개발과 국가사회의 요청에 부응하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유아학교 계획이나 유보통합의 차원에서 유아교육계와 보육계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을 일원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당초 유아교육과 보육이 이원화된 것은 교육적 동기보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해 출발되었고,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출발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자녀양육지원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의 유보통합 논의는 유아교육과 보육의 갈등의 골만을 깊게 파놓은 채 사라질 것인가?. 보육·교육 현장에서의 갈등의 의미는 무엇인가?. 똑같이 3~5세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아교육과 보육은 태생적으로 하나일 수밖에 없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이론적 관점에서는, 유아교육 또는 보육관련 단체나 전문가들 모두 영유아를 위한 교육과 보육은 구분할 수 없는 상호보완적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차원에서는 관련 법규, 소관부처, 목적, 대상 유아의 연령 등에 이르기까지 이원화체제로 운영됨으로써 정부 부처 간은 물론, 관련단체나 기관 운영자, 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유아교육 및 보육발전 자체까지 저해하는 심각한 장애로 확대되었다.

1994년에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는 대통령에게 교육개혁방안을 보고했다. 이 보고서의 '취학전교육 내실화 방안'에는 유아교육의 개혁과제로 유치원의 기간학제화, 유치원교육의 단계적 무상공교육화, 유치원 5세아 교육담당교사 자격의 상향조정등이 제시되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만3~5세 유아학교체제구축 및 공교육화추진, 만5세 유아무상교육의 단계적 추진과 만4세, 3세로의 단계적 확대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199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100대 과제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전직 두 대통령도 유아교육의 문제를 인식하고 유보통합에 노력했다.

지난 11월 6일에는 서울시의회 교육위 주최 사립유치원 공공성강화 간담회가 열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치원 공식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치원이 비영리교육기관이라는 인식을 원장을 포함한 국민에게 심어주고 초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도 높여야 한다는 취지란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견제할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어쩌면 뭘 모르고 하는 이야기 같다. 무슨 케케묵은 비영리교육기관 운운인가. 정신차려서 국가백년대계의 유아교육정책을 실현하기만 하면 된다.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실제로 세계 최저의 출산율 기록이 이어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육아에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이다. 만 3~5세의 유아교육에 들어가는 부담이 여간 큰 짐이 아니다. 대학 등록금에 이어 가계경제를 파탄으로 내모는 주범으로 지목될 정도다.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나서 느끼는 홀가분한 기분이 결코 이상한 게 아닌 것이다. 차제에 유아교육에 관한 공부를 하기 바란다. 초등, 중등, 고등교육체제에 더해 유아교육체제정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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