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이 상팔자
무자식이 상팔자
  • 중부매일
  • 승인 2018.11.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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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상임대표
임신. / 클립아트코리아
임신. / 클립아트코리아

자식이 없어 백일정성을 드리면서 포태에 좋다는 약이란 약은 다 먹었어도 효험이 없자 자포를 하고, 농사는 집사에게 맡긴 채 글방을 열어 없는 집 애들을 모아 학문을 닦아주던 고을의 공 영감이 노환으로 세상을 떴다. 장사 집(喪家)이 썰렁하니 이런 모습을 보는 이마다 '그래도 자식 하나는 있어야 하는 건데' 라며 후손이 없음을 매우 애석해 했다.

기차길옆 오막살이집에 자녀가 한줄(十)인 빵 서방네 애들은 개구지기도 하지만 심술 맞고 배려할 줄을 몰라 지나는 사람들을 수시로 괴롭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빵 서방은 자식들 때문에 기도 못 펴고 얼굴도 못 들고 사느니 차라리 자식이 없는 편이 더 낫겠다면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곤 했다. 3포에서 5포를 거쳐 7포까지의 구실을 열거하며 혼 족을 지향하는 솔로들의 계면장력에는 무자식 상팔자가 으뜸이다. 그 많던 효자와 효녀, 효부와 열부가 이젠 가정에서 사회로 마당을 바꾸니 핵가족시대에서 그 흔적은 전설에서나 찾아봐야 한다. 이를 말리려고도 않지만, 그 기와 세가 왕성하니 꺾지도 못하고 인구절벽엔 백책이 무험이다.

마주 벌어야 생계유지하니 양육언덕과 교육고개를 넘을 길이 막연해 여기에도 포(抛)를 붙인다. 그러다가 정말 무책임한 어떤 우자는 생포를 택하기도 하는데, 그게 상책이라며 따라가는 이도 있고, 어떤 때는 몰려가기도 한단다. 세상 한 번 멋지게 마음껏 살아보라고 고이 받들어 보내준 이의 정성과 염원에서도 포(脯)를 떠갔으니 앞으로는 무슨 포가 길을 막을지 저어되기도 한다.

자녀 책임만 지려고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면 당신에게 기대거나 손잡고 같이 숨 쉬는 이들과 곁 눈길이라도 한 번 스쳐봐라. 당신이 몰랐던 환희가 당신의 덜 깬 마음(魂)에 아주 환한 길을 열어줄 것이다.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길을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찾아 헤매느라 이제서 출발점에 서 있는가. 지금이 당신에겐 가장 적당한 때이니 주저 말고 시작하면 될 것이다.

무자식 상팔자. 그건 누구라도 극복할 수 있는 팔자이니 한 번 뿐인 세상 왔다가 그냥 가면 안 된다. 세상사는 여러 가지 맛 중에 자식 맛처럼 향기로운 게 없다고 한다. 어려서는 엄마의 품이 제일이지만, 그 맛 다음엔 자식 키우는 맛에 손자 보는 맛이 행복이란다. 거기에 부모다운 부모 되어 자식다운 자식으로 키워 놓으면 왕후장상도 부럽지 않다고 하지 않던가!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대를 잇기 위함도 명분일 수 있지만, 온갖 것이 다 동원되어야 조화를 이루어 완성되는 유일무이한 종합예술작품이 필생의 과업인 자식농사다. 그것이 세상사는 보람이자 다녀간 흔적이며, 보내준 이에 대한 감사요 보는 이들의 존경이다. 최근엔 이 맛의 향유를 위해 세계화를 이끄는 우국지서들이 급속히 늘고 있음은 우리의 밝은 전망이리라.

오늘은 내가 누리고 내일은 자식이 누릴 세상을, 나만 즐기고 없애지 말고 오늘보다 더 많은 맛 거리 만들어 그 향기에 줄을 잇도록 대지에 향의 씨앗 뿌려두면 얼마나 좋겠는가. 밥상머리에 옹기종기 달라붙는 자식들만 봐도 배가 부르고 천하를 가진 기분이라고 하지 않던가. 키우긴 힘들어도 키워놓으면 보배가 되는 게 자식농사다. 그 보물 당신도 한 번 지녀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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