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선 인건비 증가에 대한 부담과 인력난의 가중,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등에 따른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하루 2교대 12시간 근무를 하는 충북도내 한 중소기업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선 인건비 증가에 대한 부담과 인력난의 가중,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등에 따른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하루 2교대 12시간 근무를 하는 충북도내 한 중소기업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본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김용수

최근 경제 투톱이라고 불리는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동시에 교체되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두 사람간의 갈등이 원인 중 하나라고 얘기된다. 그간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해 온 청와대 정책실장과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은 경제부총리간 정책적 경쟁이나 갈등이 많이 보도되기도 하였고, 최근의 좋지 못한 경제 상황이, 특히 갈수록 나빠지는 고용상황이 두 관료의 교체로 연결된 것은 아닌가 한다.

정부에서는 경제정책의 3대 축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설정하였고, 이를 위한 정책 수립과 법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소득주도성장이 주목 받았지만 논란도 많았다. 1라운드는 '최저임금제 인상'이었고, 여기에는 주로 자영업자들이 반발하였다. 2라운드로는 '주52시간제'가 최근 관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7월부터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주52시간제'가 중소기업 적용 1년여를 남기고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입법과정에서는 산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차등 적용하기로 하여,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지난 7월 1일부터였고 이미 시행 중이다. 그 다음으로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법을 적용한다. 다만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1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 합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것이 주52시간제 도입의 골자이다.

하지만 제도의 시행에 대해, 다른 목소리들이 나온다. 재정적으로 여력이 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매우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재정이 열악하고 대기업 등 원청사의 요구에 따라 작업이 가변적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에서는 최저임금제 보다는 주52시간제의 일괄 적용에 의한 경영상 위기를 더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중소기업의 현실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제도 자체의 시행을 보류하거나 조정하는 대신, 주당 평균 52시간을 계산하는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의 개정안은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주당 평균 52시간이 지켜졌는지를 계산하는 기준을 3개월 평균에서 6개월 평균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계절적인 요인이 강한 업종, 수주가 중심이 되는 업종에서는 다소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대표적으로 하고 있는 뿌리산업 등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또 다른 중소기업으로부터의 수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고객사의 주문에 즉시 반응해야 하고, 작업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어 주당 52시간을 지키면서 작업하는 것이 다른 업종보다 훨씬 어렵다. 또한 제조업체 중에서도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토산품 가공업 등인데, 과수 및 해산물 등의 출하에 맞춰 조업이 조정된다. 이러한 업종에서 주52시간을 3개월 단위로 맞추려면 인력을 2배로 고용해서 적자를 보든지, 적자를 보지 않으려면 바쁜 시기가 지나면 인력을 상당부분 해고해야 한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입한 주52시간제는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현재의 속도를 맞출 수 없다. 그러기에는 대기업 하청회사로서 보상이 너무 적고, 우리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너무 낮다. 그래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현 정부가 시도하려고 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등 거시적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하기는 하지만, 개별 사업장이 갖는 현실에 기반 한 맞춤형 제도도 필요하다. 이러한 입장에서 정부에 요청하는 바이다. 주52시간제 단위기간 변경과 관련 하여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적용 가능한 수준을 찾아내야 한다. 정리하자면,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현실과 속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정책 방향이 맞더라도, 개개인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면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업종과 규모에 따른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도를 만들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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