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캬라멜 / 하재연

나랑 그 애랑
어둠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
걸터앉아서

맨다리가 간지러웠다
달콤한 게 좋은데 왜 금방 녹아 없어질까
이어달리기는 아슬아슬하지
누군가는 반드시 넘어지기 마련이야

혀는 뜨겁고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것
부스럭거리는 마음의 귀퉁이가
배어 들어가는 땀으로 젖을 때

손바닥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면서
여름처럼
기울어지는 어깨를
그 애랑 맞대고서
맞대고 나서도
기울어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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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사랑은 밀크처럼 고소하고 캬라멜처럼 달다. 밀크 캬라멜 속에는 두 가지가 다 들어 있다. 뜨거운 여름날 어린 연인들이 스탠드에 앉아 이어 달리기를 구경하고 있는 듯하다. 마침내 "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서 녹아 한 몸이 된다. "맞대고 나서도/기울어"질 정도로 한 몸이 되어간다. 그런데 왜 자꾸 불안하지? 먼 데서 커다란 건물이 폭탄을 맞아 폭삭 주저앉을 것 같다. 사랑은 그런 양가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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