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산과 들, 자유롭게 그릴 날 꿈꾼다
북한의 산과 들, 자유롭게 그릴 날 꿈꾼다
  • 한기현 기자
  • 승인 2018.11.2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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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평화의 집에 걸린 '산운' 제작 김준권 판화작가
진천 백곡서 20년째 작품활동 매진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 회고전 진행

[중부매일 한기현 기자]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판화 전문미술관으로 8만 군민의 문화 자긍심 고취와 한국판화미술계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진천역사테마공원내 4천여 ㎡ 터에 지상 1층, 연면적 812㎡ 규모로 개관해 한국을 대표하는 판화작가와 신인작가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은 관람실(210㎡) 1실과 체험실(63㎡)로 구성됐으며, 평일과 토·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과 설날 ,추석은 쉰다.

개관 이후 개인 및 단체 판화전을 유치해 지역 주민의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고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또 유치원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설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문화 교육장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 집'에 판화 '산운'을 전시해 화제가 된 목판화가 김준권 선생 회고전 '나무에 새긴 35년전'이 열려 전국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여 년 전 진천군 백곡으로 내려와 한국목판문화연구소와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 작가 회고전은 1부(9월 8일∼10월 16일)와 2부(10월 19일∼11월 14일)로 나눠 전시됐다.

1부는 대나무와 산 등 감성적 풍경 이미지와 거친 표현이 두드러진 2007년∼2018년 작품 40점이 전시됐다. 대표 전시작품은 '평화의 집'에 전시된 대형수묵판화 '산운’과 압록강 최상류 자작나무 원시림을 표현한 '자작나무 아래’등이다.

당시 평화의 집 1층에는 남북 정상의 기념사진 배경이 된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과 김준권 작가의 판화 '산운', 김중만 작가의 사진 '천년의 동행, 그 시작', 2층 회담장에는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전시됐다.

3층 연회장에는 신태수 작가의 '두무진에서 장산곶', 2층 회담장 입구에는 이숙자 작가의 '청맥,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엉겅퀴'가 걸렸다.

2부는 1985년∼2006년에 제작한 저항적 이미지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 국토와 이웃의 상처를 형상화한 풍경화 등 수목 목판화의 변모 과정을 엿볼 수 있는 60여 점을 선보였다.

작품 산운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준권
작품 산운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준권

작가의 대표작 '산운'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2009년 4개월간 48개 목판에 먹물을 묻혀 찍어낸 대형 수묵판화다.

'산운'은 산의 음영을 나타낸 작품으로 겹겹의 능선이 마치 파도처럼 이어지며 하늘을 떠받쳐 우주의 광활함을 표현했다.

작가는 "산운에서 켜켜이 쌓인 산은 한반도를 잇는 백두대간을 형상화했으며, 인위적으로 나뉜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 "풍경은 말을 한다"며 "작품 '산운'을 단순히 풍경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사는 사람, 문화, 역사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 보름 전 평화의 집에 작품을 걸고 싶다는 정부의 요청을 받았다"는 김 작가는 "북한은 특별한 날에만 가는 곳이 아니라 일상처럼 북녘땅을 오고가며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화폭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14년 김준권의 화업 30여 년을 기리며'에서 "김준권은 조국의 산하와 민중의 정서를 보통 사람들의 시각과 다르게 표현한 판화작가"라고 소개했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풍경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의 크기와 잎새의 크기가 변화무쌍하다.특히 작품에서 느끼는 '울림'은 보는 사람마다 다른데 이것이 김 작가의 수묵판화가 주는 특징이자 감동이라고 설명했다.

또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과 사회 변혁운동에 참여했을 때 정신과 소망을 산, 나무, 숲속, 바다의 크고 작은 울림으로 나타내고 조국의 땅과 들, 산과 물을 수묵판화기법으로 원숙하게 표현하는 등 그만의 독특한 양식을 창조했다고 평론했다.

김 관장은 "작가가 수목판화 작가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작품마다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염원을 담아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정상회담 전까지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해 주변에 말하지 못했다"며 "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설레어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김 작가는 90년대 초 해인사에서 목판화를 접한 뒤 한국적 음영과 색채로 우리 산수(山水)를 목판에 옮겼다.또 북한의 산과 들을 화폭에 담기 위해 모두 5차례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 중국 접경 지역을 답사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통일이 곧 올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북한의 산과 들 풍경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55년 전남 영암 출신으로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2017년부터 한국목판문화원장과 목판대학 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 김준권 나무에 새긴 30년(화집, 2014)과 '광화문미술행동 100일간의 기록(2017, 김진하와 엮음)'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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