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화재로 2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나온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13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종로소방서 관계자들이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시원 안에 소방설비가 설치돼 있는지, 작동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점검하고 내부 증·개축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화재로 2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나온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13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종로소방서 관계자들이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시원 안에 소방설비가 설치돼 있는지, 작동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점검하고 내부 증·개축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다시 안전불감증이란 늪에 빠졌다.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로 안전문제의 실상이 새롭게 조명되었다. 고시원은 애초 고시생이나 학생들의 거처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상당부분 극빈층의 주거지로 변모했고 여기에 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은 여전히 부재중이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겪으며 빈민층으로 전락한 중·장년층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시원으로 대거 흡수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현대판 판자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이 이들을 끌어안지 못하면서 고시원이 증가했고, 결국 주거 피라미드의 최하층민을 양산했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안전대책 역시 고시원 급증 이후 뒤늦게 마련돼 현재로선 고시원 거주자를 재난 사각지대에서 구출하기도 요원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작금의 현실이 딱 그 짝이다. 과거 우리는 항상 대형참사로 인해 수많은 목숨을 잃고나서 부산하게 대비책을 강구한다고 난리를 쳤었다. 그렇게 한다고 고귀한 생명이 살아올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제는 재난안전 명령권도 지자체에 권한을 이행함으로서 신속한 재난대처를 대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 자치분권을 한다면 좀 더 강한 예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중앙부처에서 관리감독을 한다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 한 번 실수를 했으면 또 다시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만 난리를 친다. 마치 끓는 양은 냄비와도 같이 말이다.

이제 겨울로 진입하게 된다. 추운 날 화재진압 작업을 하는 이땅의 소방대원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모두가 조심을 하고 대비를 철저히 한다면 소중한 목숨도 지킬 수 있고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 왜 철저히 방비를 하지 못할까?. 또한 재난대피 훈련은 평상시에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한다. 그것이 내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장애인체험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대형참사가 일어났을 경우를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은 성공한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라고 한다. 산업사회가 발전할수록, 인류가 풍요로워질수록 위험 요소도 증가한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경제성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안전을 보다 더 중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최근의 대형사고들을 계기로 지금 우리 앞에는 '성장'이냐, '안전'이냐는 선택지가 놓여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와 미래세대의 삶을 좌우될 것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재난안전관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안전기준과 안전수칙을 경시하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 여기서 우리는 1982년 3월 미국의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는 것처럼 사소한 결함이나 문제점이 발생하면 즉시 보완하고 대처해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안전'이라는 이름의 첫 번째 소가 아닌 두 번째, 세 번째 소까지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없기를 두손모아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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