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다양성보전협회

거센 한파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청주 무심천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와 쇠오리 등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김용수
거센 한파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청주 무심천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와 쇠오리 등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3. 01. 07/김용수

생명들에게 겨울은 시련의 계절입니다. 겨울이 있는 환경 살아가는 생명들은 다시 봄을 맞이하려면 겨울을 버텨야 합니다. 겨울이 없는 곳에서 사는 생명들은 작은 추위에도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구에 사는 생명들은 자신들이 견딜 수 있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각자의 방법으로 겨울을 지낼 수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들판이 황폐해집니다. 갈색으로 마른풀들을 보면 더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풀들은 겨울이 오면 땅 위로 나온 부분을 모두 없앱니다. 줄기나 잎에 수분을 갖고 있으면 찬 겨울에 모두 얼어 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고 다음 해 봄이 되면 새싹을 내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몇몇의 특별한 풀들은 가을에 여린 잎을 내고 겨울을 보내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식물을 바닥에 딱 붙어있는 모습이 장미꽃과 닮아서 로제트 식물이라고도 합니다. 대표적인 식물이 우리가 잘 아는 냉이와 꽃다지, 달맞이꽃입니다. 잎을 내고 겨울을 보내는 이유는 봄에 싹을 트는 다른 식물들에 비해 일찍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냉이나 꽃다지는 다른 봄에 나오는 풀들에 비해 꽃을 일찍 피울 수 있습니다.

풀과 달리 나무의 겨울준비는 첫 번째로 단풍을 만들어 잎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봄부터 시작해서 가을까지 광합성을 하면서 열심히 일한 잎은 이제 역할이 끝나 땅으로 보내집니다. 잎에 있는 수분이 겨울에 얼어서 터질 수 있고, 눈이 쌓여서 나무의 가지가 상처 입기 때문에 잎을 떨어뜨립니다. 그다음에는 잎에서 생산된 아미노산을 줄기와 뿌리에 이동 보관합니다. 이 물질은 당분이 가득 들어 있어, 추운 겨울이 와도 잘 얼지 않습니다. 나무는 이렇게 저장해 두었다가 날이 풀리면 저장되었는 물을 끌어올려 봄을 맞이 합니다.

동물들도 겨울준비를 시작합니다. 요즘 하천에는 철새들이 찾아왔습니다. 철새는 시기별로 여름철새와 겨울철새 두 종류로 나눕니다. 여름철새는 겨울엔 따듯한 곳에서 보내고 봄과 여름이 되면 그곳은 살기에 더 더워지기 때문에 덜 더운 곳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여름철새가 제비입니다. 제비는 중국의 따듯한 남부 지역에 있다가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와서 새끼를 낳고 살다가 겨울이 올 때쯤 다시 따듯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여름철새의 특징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번식을 한다는 것입니다. 겨울철새는 여름철새와 거꾸로입니다. 더운 여름에는 더 북쪽인 시베리아 같은 시원한 곳에서 번식을 하고 살다가 혹한이 오는 겨울을 피해 우리나라와 같은 남쪽 지역으로 내려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환경을 찾아 이동할 수 없는 동물은 겨울잠이라는 것을 활용합니다. 개구리인 양서류와 뱀과 같은 파충류는 변온동물로 자신의 체온을 주위의 환경으로 유지합니다. 하지만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간다던가, 올라가면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고, 더 더운 지역에는 여름잠인 하면을 하기도 합니다. 겨울이 오면 온도가 내려가 신진대사가 떨어지는데 먹이를 섭취해도 소화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먹고 땅속에 들어가 자게 됩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는 쥐처럼 땅속에 굴을 파고 겨울을 나는데요. 보온을 위해 나뭇잎을 깔고 중간중간 먹이를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도토리나 먹이를 같이 준비합니다. 또 주변에 곳곳에 도토리를 숨겨두는데, 다람쥐가 이 도토리를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음 해에 도토리가 발아해서 참나무가 싹을 틔웁니다. 이런 방법이 없는 멧돼지나 고라니들은 온몸으로 겨울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을에 먹이를 많이 먹어 살을 찌워서 먹이가 없는 겨울을 힘겹게 보냅니다. 살다 보면 우리 삶에도 겨울이 있습니다. 그 겨울을 건강히 보내기 위해 평소에 많은 시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겨울준비를 잘해서 즐거운 겨울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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