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제철기술 복원사업 추진
100여 년 사용 후 3개층 중첩 축조·지하구조 발견 주목

[중부매일 이병인 기자] 문화재청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소장 노명구)는 '중원(中原) 지역 제철기술 복원연구 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충주 칠금동 제철유적에 대한 3차 발굴조사 결과, 3~4세기대에 만들어진 제련로 9기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제련로(製鍊爐)는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드는 가마(노, 爐)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연구소는 지난 2015년부터 국내 3대 철 생산지이자 다수의 제철유적이 남아 있는 충주 등 중원 지역을 중심으로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하기 위한 중장기 학술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일환으로 지난 2016년부터 발굴조사를 해 올해까지 3년간 약 600여㎡ 면적에서 이번에 확인한 9기를 포함해 총 20기의 제련로를 발견하면서 충주 칠금동 유적이 명실상부 국내에서 단위면적당 최대 유적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번 3차 조사는 '충주 탄금대'(명승 제42호)의 남사면 구릉지를 대상으로 지난해 2차 조사에 이어 8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3차 조사 결과, 200여㎡ 밖에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 3~4세기대 백제의 대표적인 원형 제련로를 무려 9기(12호~20호)나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100여년이 넘는 오랜 기간 조업을 위해 제련로가 수명이 다되면 폐기 후 폐기물을 쌓고 그 위에 다시 제련로를 축조하는 등 총 3개층(하층·중층·상층)에서 제련로를 중첩해 축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런 사례는 현재까지 국내에 알려진 것으로는 유일하다.

특히 이 유적에서 가장 주목되는 특징은 '지하구조'의 존재로, 이는 제련로를 축조하기 이전에 바닥에 목재를 치밀하게 채우고 그 외곽으로 목재 말뚝을 박은 시설을 가르킨다.

바닥의 목조시설(木造施設)은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로 기존에 조업면 바닥에 목탄과 점토, 모래를 채워 만드는 1차 방습시설 이외에도 이중으로 방습시설을 조성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하층·중층·상층 제련로 별로 이러한 지하구조의 조성양상이 변화했으며, 점차 상층으로 갈수록 제련로가 간단한 방식으로 축조된 점도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제철기술이 발달하면서 후대로 갈수록 폐기층 위에 조성되어 방습의 필요성이 낮아진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는 백제의 제철기술사를 복원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로 기대된다는 게 문화재청 등의 설명이다. 이렇게 장기간 조업을 위해 장소를 옮기지 않고 한 지역에 중복적으로 철 생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주변에 다수의 철광산지가 있고, 수로를 이용해 연료(목탄)을 쉽게 조달했으며, 한강 수운(水運)을 통한 유통망이 발달하는 등 충주만이 가진 탁월한 지하자원과 입지 조건 덕분이었다면서다. 

이를 바탕으로 충주는 고대 백제뿐만 아니라 고려·조선 시대까지도 국내 제철생산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는 게 문화재청의 부연이다. 충주는 남한지역 3대 철광산지(충주, 울산, 양양) 중 하나다. 이번 발굴성과는 22일 오후 2시 충주 칠금동 발굴현장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청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지난 3년간 시행해온 조사를 주변 지역으로 확장해 더욱 심층적인 학술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발굴조사 뿐만 아니라 제철기술 복원실험, 자연과학적 분석과 민속조사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 조사연구를 통해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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