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오은정 충주금릉초

넉넉한 성품에 유머러스하고 사람들의 외면보다는 내면을 보고자 노력하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당시 그는 유난히 구구단을 외우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아무리 외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그래서 꾸지람과 회초리 세례를 적잖게 받아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담임 선생님의 퇴근시간까지도 구구단을 다 외우지 못해 숙제를 떠안고 집에 가면 아버지의 불호령 또한 큰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그렇게 한 학기 내내 구구단과 씨름하며 지내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는데 아버지가 과로로 코피 흘리시는걸 보게 되었고 그 때, 어린 마음에 자신이 공부를 잘 못해 부모님 속을 썩이는 바람에 아버지가 힘들어진 거라 믿게 되었단다. 그날 이후로 크게 뉘우쳐 구구단을 다 외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연을 접한 적 있다.

요즘은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교육과정도 변화되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 단순 암기식 공부법 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실습이나 체험을 통해 원리를 깨달아 가는 공부법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교육의 큰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발맞춰 일선 학교 교사들은 새로 개정된 2015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바른 인성을 지닌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기 위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며 학생 참여형 활동 중심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게다가 학생의 성장을 돕는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가 강조되면서 다양한 평가방법을 고안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학생들이 성취기준에 잘 도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사들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업을 실천하려고 나름 노력하지만 학생들의 학습 의욕은 왜 그리 쉽게 올라가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학생들의 학습동기가 낮기 때문이다. 켈러(John M. Keller)의 학습동기이론에서 보면 동기란 사람들이 무언가를 선택하게 만드는 마음상태, 혹은 의지를 의미한다. 켈러의 이론은 ARCS모델이라고도 불리는데 A(주의집중;Attention), R(관련성;Relevance), C(자신감;Confidence), S(만족감;Satisfaction)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오은정 충주금릉초 수석교사

교사들은 위 네 가지 요소 중 주로 A와 R을 통한 학생 동기 유발에 노력한다. 시청각매체를 활용한 주의집중이라던가 학습자의 경험 중에서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외적 요인을 통한 학습동기유발도 중요하지만, 칭찬이나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과 같은 내적 요인인 C와 S를 자극하여 학생들의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동기가 유발되도록 한다면 더 큰 학습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무심코 한 교사의 칭찬 한마디에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한 미소를 짓는 학생들과 어설픈 진로 지도에도 불구하고 큰 뜻을 품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상기한다면 교사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교사들의 학생들에게 내재된 다양한 학습 동기와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긍정적 고민은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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