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종병 삼육대학교 재단

詩를 읽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어려운 시가 아니고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즐겨 읽는다. 시 부문 문예창작 당선작을 읽어보면 도대체 뭔가 뭔지 모르는 것이 태반이다.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그런 시가 어떻게 당선작인지 凡人은 고개를 가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시를 모르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품이 신춘문예나 여러 종류의 문학지에 우수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나 만의 생각인지 알 수 없어서 적어본다.

깊어가는 가을에 단아하고 곱게 차려 입고 충북이 낳은 시인들의 시로 꾸미는 콘서트에 참여하시는 善男善女야말로 시처럼 아름다웠다. 母子之間, 夫婦之間, 혼자서 하시는 모습은 시의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의 아름다움을 알게 했다. 자작시를 낭송하기도 하고 모두가 충북 출신의 저명한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낭송하는 詩의 전문을 다 외워서 낭송하시는 모습이 시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혼자는 낭송하는 것은 여러번 보았지만 오늘 특히 초등학교 5년 쯤으로 보이는 아들과 엄마와 낭송은 너무나 정겹고 가족사랑의 뜨거운 모습이였다. 낭송 내내 각각 손에 꽃을 들었고 낭송이 마친 후 母子가 각각 꽃을 서로 교환하고 빰과 빰을 러브 콜하는 정경은 모두에게 시 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사람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유연·육군일 모자가 근대시의 거장 오장환 시인의 시 '밤'을 낭송한 장면은 오래 오래 기억 될 것 같다.

"깔큼이밋헤빤드리/ 반드리밋헤털털이/ 털털이밋헤달콤이/ 다람쥐먹지말나고/ 깔큼이를씨웠다네// 버레가드리울제는/ 밋그러지라고서요/ 빤드리를씨웠다네/ 벌어지가털털이를/ 먹으면털털하다네// 사람들이먹으라고/ 달큼이를씨웠다네/ 까기는서렵지만은/ 그래도맛은좃타네/ 살문밤은노인차지// 시어미몰내군밤을/ 이불속에서먹으며/ 남보기먹고싶게도/ 흥달다흥흥달고나/ 군밤은메누리차지(밤/5학년 오장환)"

이 시는 오장환이 5학년 때 쓴 시라고 한다. 사물을 깊이 보는 천재성을 가진 문학소년의 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시이다. 부모공경이 점점 사라지는 세태에 75세의 반영동 시인이 어머니를 생각하는 思母曲 자작시 '어머니, 가벼워서 업지 못해요'의 낭송은 모든 청중에게 가을보다 더 진하게 어머니의 사랑을 물들게 했다. 소자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못다한 孝道에 가슴을 쓸어내는 아픔이 한동안 멍한 마음이였다.

"자식들과 부딪칠까 / 경로당 내 집처럼 / 눈길 멀리 하시던 어머니 / 그 마음 미워도 돌아 설 수 없습니다./ 소낙비 주룩주룩 / 수수깡 같은 어머니 장맛비에 떠내려 가실까 / 경로당 가신 어머니 빗길 마중 나셨다가 / 업힌 등 무거울까 / 아직은 아니다 아니다'하시는 / 어머니 달래업고 몇발자국 걸어오다 / 업혔는지 나 몰라 / '어머니 어머니' 불러 봅니다 / '이제 됐다 됐다' 하시며 / 내려달라 하실 적에 / 기르신 정 어이하랴, 업힌 등 한 발자국도 짐이라 하시는데 / 아직도 어머님 백 냥도 못 되면서 / 자식들에게 천냥 만냥 짐이 될까 / 자식 등 무거울까 내려 달라 하실 적에 / 차라리 등 바꿔 어머니 마음 달래보고 싶네요(중략)" 깊어가는 가을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호승 시인의 '시는 고통의 꽃이다.'라는 말을 꼽쌉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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