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충북, 안개 대책 - 1. 매뉴얼 3년만에 대책수
청주 외평동~오창간 공항대교 등 다중추돌사고 지역 꼽혀
대규모 호수·저수지 분포 원인…예고·주의 표지 연내 설치

[중부매일 최동일기자] 충북도는 이달초 도내 지방도 등 31곳, 82㎞를 '안개잦은 구간'으로 지정하고 안전시설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안전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개상습구간이 많은 충북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필요한 조치지만 대책마련을 주문한 정부 매뉴얼이 통보된지 3년을 훌쩍 넘긴 뒤에야 이뤄져 '늑장 대처'란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매년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거북이 걸음'으로 추진된 안개대책의 내용과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

전국에서 안개상습구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난 충북의 이번 안개대책은 지난 2015년 2월 발생한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후속조치로 마련된 '안개 교통사고 주요상황 대응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이 매뉴얼 제작을 위해 앞서 이뤄진 안개상습구간 조사에서 충북은 도로 33곳과 교량 40곳 등 73곳이 포함돼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시·군과 도로관련 기관에서 파악·보고한 안개상습구간을 집계한 조사 결과는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었지만 당시 조사된 전국 254곳의 28.7%를 차지해 충북의 안개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안개로 인해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안개잦은 구간' 지정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매뉴얼이 이번 충북도 대책의 기준으로 적용된 것이다.

이 기준은 ▶시정거리 250m 이하 안개 연 30일 이상 발생 ▶안개로 인한 다중추돌사고 발생지역 ▶기타 도로관리기관이 판단해 지정이 필요한 구간 등이다.

이에 도에서는 다중추돌사고 지역 4곳과 안개상습발생지역 15곳, 기타 필요구간 12곳 등 총 31곳을 '안개잦은 구간'으로 지정했다.

주요 구간을 살펴보면 청주 외평동~오창간 공항대교, 오창~진천 초평간 여암교, 청주 흥덕구 제2순환로 석남교, 충주 신니면 군도 27호선 등이 안개로 인한 다중추돌사고 지역으로 꼽혔다.

안개상습발생지역으로는 보은군 회남면 대청호변 지방도 571호선, 보은 산외~내북간 국도 19호선 등이 있고, 기타 필요구간으론 대청호반로 문의대교, 청주 명암동~산성동간 도시계획도로 등이 선정됐다.

이들 지역에는 앞으로 안개예고 표지가, 나머지 안개상습구간에는 안개주의표지가 연내 설치될 예정이며 사업비로 1억6천600만원이 투입된다.

충북지역에 이처럼 안개상습구간이 많은 것은 대청호·충주호 등 호수와 대규모 농업용 저수지 등 내수면이 많이 분포됐기 때문이라는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국에서 손꼽히는 안개상습구간 다발 지역임에도 충북의 안개대책은 매뉴얼을 통보받은 지 3년넘게 손을 대지 않다가 올들어 작업에 착수해 이번에 마련됐다.

이에 지난 10월 열린 충북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으며 조속한 대책 마련·추진이 촉구되기도 했다.

도에서는 '안개잦은 구간' 지정과 연내 표지판 설치 등 이번 안개대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이들 지역의 안개상황 및 교통여건에 따라 안전시설을 단계적으로 보강 설치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도내 지방관리도로의 안개잦은구간 지정을 통해 안개로 인한 사고위험없이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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