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양희 전 충북도의회 의장

KTX오송역 전경 /중부매일DB
KTX오송역 전경 /중부매일DB

충북도민들에게 오송역은 단순한 하나의 KTX역이 아니다. 청주공항과 세종시의 관문역 기능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도민들에게 오송역은 국가균형발전 추구를 상징하는 유무형의 자산이다.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관련하여 충북에는 오송역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증거물이 달리 없다. 그런 오송역의 위상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게 분명한 움직임들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으니 불안과 염려, 그리고 분노를 숨기기 어렵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은 KTX 세종역 신설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세종시는 세종역 신설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검토 면제 대상으로 신청하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호남권 국회의원들은 '세종 경유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 모임(세호추)'을 구성하여 KTX 세종역 신설과 함께 현재의 호남선KTX 노선을 직선화 하여 오송을 거치지 않는 '천안아산~세종' 노선으로의 변경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세호추'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KTX 세종역 신설은 없다" "호남선 직선화 예타를 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TX 세종역이 신설되거나 호남선 직선화 건이 예타에 포함되어 오송을 배제한 노선이 추진되는 날이면 오송역의 운명은 보나마나다. "세종역 신설은 없다"에 꽂혀서 호남선 직선화 경계에 실패한다면 땅을 치고 통탄해도 소용없게 된다.

다행히 국토부는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의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해 "현재 우리 부에서는 호남선 고속철도 KTX 단거리 노선 신설 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21일 보도됐다. 평면적으로만 보면 KTX 세종역 신설도, 호남선 직선화도 없다는 게 된다. 정녕 다 끝난 것인가. 그렇게 믿고 싶고 필히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데 이견 없다. 그럼에도 염려가 가시지 않는 건 왜 일까. 우리의 정치적·행정적 어법은 복잡하기 그지없어 결코 평면적·일의적(一義的)이지 않다. 총리나 국토부의 표현을 충북의 원안대로 발현시키기 위해 한시도 방심하지 않으면서 충북의 총역량을 동원하여 촉구하고 견인해 내야 함은 두 말이 필요 없다.

이 지점에서 궁금한 부분은 세종역과 호남선 직선화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시종 충북지사의 스탠스다. 이 문제들은 충북지사가 당사자이므로 이 지사가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세종역 설치 여부는 충청권 시·도간 합의에 따르겠다"던 문 대통령의 약속을 상기한다. 나는 이 지사가 지금 너무 저자세라고 생각한다. 없는 것도 달라고 떼를 쓰는 게 정치판인데 이 지사는 대통령 공약을 지키라고 당당히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지사가 보여주고 있는 저자세는 강호축이나 충북선고속화 추진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평면적 짐작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맞서라는 뜻이 아니라 도민의 지원을 믿고, 도민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정공법으로 나서 달라는 주문이다. 이 지사가 "충청권 합의 당사자인 내가 세종역 신설에 단호히 반대한다" "대통령 공약 준수를 요구할 테니 도민들은 걱정 마시고 생업에 몰두하시라"고 왜 못하는가. 도지사가 적어도 이 정도는 나서줘야 세종역 신설도 막고 호남선 직선화 저지를 위한 에너지도 생기지 않겠는가. 이런 도지사라야 원대한 비전인 강호축 실현의 단초라도 열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충북도의회 김양희 도의장이 퇴임을 앞두고 "도민께 항상 감사드린다"는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김용수<br>
김양희 전 충북도의회 의장. / 김용수

대통령의 약속으로 끝난 줄 알았던 사안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마당에 총리나 국토부의 "현재~"라는 단서가 붙은 현재의 입장을 이 지사는 얼마나 신뢰하는지 묻고자 한다. 충청권 합의의 당사자로서 대통령에게 충북도민의 의지를 관철시켜 달라. 그런 도지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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