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박용현 농협 경주교육원 교수

법무부 법사랑위원 청주지역연합회와 산남종합사회복지관는 지난 23일 오후 2시 산남종합사회복지관 3층에서 '불우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담그기'행사를 개최했다. / 법무부 법사위
법무부 법사랑위원 청주지역연합회와 산남종합사회복지관는 지난 23일 오후 2시 산남종합사회복지관 3층에서 '불우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담그기'행사를 개최했다.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법무부 법사위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게 느껴지는 시기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있다. 바로 김장이다. 김장의 어원은 '침장(沈藏)'에서 유래되었으며 침장은 '담가서 갈무리한다'는 뜻이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가포육영'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심하에 더욱 좋고, 청염에 절여 구동지에 대비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어 김장풍습은 최소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가족이 살았던 과거에는 다루는 찬(饌)의 수도 적었거니와 식구(食口)수가 많다보니 담아야 하는 김치의 양이 많아서 김장날은 온 가족 뿐 아니라 이웃간에 노동력도 품앗이하는 등 공동체 문화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특별한 날이었다. 또한 가족간에 정(情)을 절이고, 유대감을 도톰하게 양념 배이게 하고, 예와 질서를 장독에 담아내는 축제의 장(場)이기도 했다.

이런 우리의 자랑스런 김장문화는 한국인의 삶의 일부이며, 상부상조의 전통문화를 잘 대변하는 문화로서 연대감, 소속감, 정체성 증대에 기여한다는 사유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김장문화'가 전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래매김하게 되었다.

이러한 김장문화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현실은 어떠한가?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빈부격차 확대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사회적 구성원간 유대감 와해는 가속화되고 있다. 대형 마트에는 정(情)이 듬뿍 담긴 김장김치 대신 차가운 비닐팩에 든 공장김치가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채 매일매일 층간소음 갈등의 불안 속에서 전통적인 이웃문화는 실종된지 오래다.

박용현 농협 경주교육원 교수.

믿음, 나눔의 미덕을 함께해야 할 가족과 이웃이 우리의 마음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는 지금, 김장의 공동체 문화조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가족부터 출발해서 친지, 나아가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의 불우한 이웃까지 김장을 통한 인간적인 관계복원이 가능하다면 그 보다 값진 일은 없을 것이다. 올해 김장에는 외롭게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뵙고 양념 묻은 장갑을 서로 부딪히며 따스한 정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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