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학교폭력. / 클립아트코리아
학교폭력. / 클립아트코리아

요즘 청소년들의 비행과 탈선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교폭력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이다.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 아파트 옥상에서 한 다문화가정 중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추락해 숨졌다. 특히 폭력 가해자 중 한 명이 피해학생의 패딩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분노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나라의 미래를 알려면 그 나라의 학교 교실을 찾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은 조직화되고 잔인하며 반인륜적인 양태를 나타나고 있다.

학급 친구들로부터 집단폭력의 고통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는 학생, 왕따를 당한 학생이 친구를 칼로 찔러 숨지게한 사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외국 유학을 보내달라고 조르는 학생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학교폭력이 요즘처럼 이렇게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된 적은 없었다. 종전의 학교폭력은 그저 일부 또래끼리의 갈등 해소 수준이거나 일부 비행 학생들의 일시적 탈선 행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학교 폭력은 이제 위험 수위를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폭력 집단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가 조사한 작년 하반기 학교폭력 실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학생 중 0.8%(약 2만8000명)의 학생들이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스토킹 △신체폭력 순이며, 연령별로는 △초등학생(1.4%) △중학생(0.5%) △고등학생(0.4%) 순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실제로 학교폭력 신고를 하거나 선생님 또는 경찰관 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는 3%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은 신고방법을 몰라서 신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유출되어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까 두렵고 보호자 역할을 마땅히 해야 할 우리들은 방관으로 일관해 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1964년 뉴욕에서는 한 여성이 강도를 만나 비명을 지르는 동안, 목격자들이 이를 방관하다가 살해 당했다. (키티 제노비스 살해사건) 1985년 일본에서는 도요타상사 회장을 연행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30여명의 기자가 모였었다. 이때 칼을 든 괴한 2명이"회장을 죽이러 왔다."며 그의 집에 들어갔으나 아무도 이를 막지 않아 회장이 살해되었다. (도요타상사 회장 살해사건)

미투(Me Too)나 위투(Wee Too)운동 역시 한 사람의 작은 용기에서 일어난 대대적 변화였다. 제도적인 변화도 시급하다.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과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 용기 내어 신고하는 학생들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고, 2차 피해로부터 안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 정책의 변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려했는지 생각해야 할 때다. 더이상 '학교폭력'으로 인한 아픔은 아이들의 교우관계와 인성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즐겁고 행복해야 할 학창시절을 슬픔과 아픔의 기억으로 남게 하는 만큼, 우리모두가 사랑의 반대말인 '무관심'으로 일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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