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최동일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싸움. / 클립아트코리아
싸움.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데스크진단 최동일] 최근 예기치 않은 일들로 충북에 여론 관심이 집중됐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책임(責任)'과 관련이 있는 일들이었다. 먼저 이목을 끌었던 것은 마이크로닷이라는 유명 래퍼의 아버지가 20년전 제천에서 벌인 사기사건에서 비롯된 논란이다. 이 사건은 당사자가 요즘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인기 방송인이어서 처음부터 대중의 관심속에 진행됐다. 게다가 사건을 부인하고 피해자들에게 거듭 상처를 주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사실관계 확인으로 사태가 발전했으며, 그동안 피해자들이 겪었던 아픔과 고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등 지역을 비롯해 일파만파 파장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뒤늦은 사과와 맞물리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논란이 이는는 등 '책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도둑이 되레 주인에게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까지는 아니어도 지역내 또다른 상황이 '책임'이란 단어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일 발생한 오송역 고속철 단전사고가 그 현장인데 이 역시 섣부른 발표로 인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똑같은 잘못을 밟았다. 고속철도 전차선에서 진행된 공사로 사고가 난 만큼 일차적으로 부실하게 공사를 한 시공업체측의 책임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느냐다. 발생 당일 사고경위에 대한 코레일측의 발표에서 관리·감독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다만 "이로 인한 모든 피해 전액을 공사 시행자인 충북도에 구상 청구하겠다"는 말로 자신들을 책임선상에서 제외시키고자 했을 뿐이다.

이번 사고 인해 발생된 피해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자인 시공업체와 발주처인 충북도가 책임지는 것은 맞다. 이런 까닭에 사고 이틀뒤 충북도는 "피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한데 같은 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하면서 해당 공사의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이어 재발방지책으로 관련 공사의 관리·감독은 물론 시행 주체를 철도기관으로 의무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사고원인에 대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책임을 확인시켜줬다. 이같은 발언은 전날까지도 '수탁사업 관리권'과 '관련 작업 업무담당' 등을 내세우면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던 이들 기관의 '면피 발언' 공방을 한순간에 정리하면서 사고의 근본원인으로 초점이 옮겨지게 됐다.

최동일 부국장겸 정치부장
최동일 부국장겸 정치부장

더구나 사고와 관련된 이들 기관의 책임전가 공방을 통해 잠재되었던 근본 원인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책임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충북도는 사고 관련입장을 표명하면서 공사에 앞서 있었던 양 기관과의 협의 과정과 내용을 공개했는데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수차례 공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고전에 이뤄졌던 전국의 고속철 전차선 고가도로 공사 2건도 철도기관이 아닌 도로공사측에서 맡았던 것으로 확인돼 사고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이를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내 책임은 아니다'라는 이들 기관의 책임전가는 '문제가 될 만한 것은 피하고 보자'며 공사를 맡지 않은 이유와 다르지 않다. 사고의 과정과 원인이 확인된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재빨랐던 책임회피 만큼이나 빠르고 확실한 예방책 마련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는 모습일 게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