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제비. / 클립아트코리아
제비. / 클립아트코리아

거미줄을 걷고 집안 대청소를 한다. 옛날 기와집인 우리 집 처마 끝에는 4개의 제비 집이 붙어 있다. 언제 지어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겨울이면 집은 텅 비어 있다. 강남으로 떠난 제비들의 집이다. 해마다 3월 3진날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봄비가 내리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날 때면 활기찬 모습으로 제비는 돌아와 앞마당을 돌면서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얼마나 반가운지 정말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제비이다.

제비는 사람을 보호자로 여기고 짐승으로부터 침입을 막으려고 꼭 출입문이나 마루 위 또는 대문입구에 집을 짓고 산다. 그로인하여 불편함을 완화하기 위하여 생긴 말인지 제비에게 불친절하게 하거나 해롭게 하면 벌을 받는다고들 했다. 조상님들의 인내심을 제비와 함께 지내며 존경하는 바이다. 제비한테서 쏟아지는 비늘, 배설물, 새끼를 치면 먹이를 먹이다 떨어지는 온갖 부스러기들이 현관 앞 신발위로 떨어져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제비집 밑에 넒은 송판 쪽을 대어 주어도 매일같이 들락거리며 부시럭대는 재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제비가 새끼를 네 마리 쳤는데 하필이면 전화선이 지나가는 선위 문설주에 집을 지은 탓으로 제비집이 떨어지는 대형사고가 생겼다. 그 바람에 제비집과 새끼들이 뜨락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한 마리는 죽어있고 세 마리는 꿈틀거렸다. 오래전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사고를 떠올리게 했다. 난 과일 바구니에 부드러운 솜을 깔고 옥수수수염 말린 것을 깔아 둥지를 마련하고 목장갑을 끼고 새끼 제비를 주워다 담아 뜰 위 무화나 나무 옆에다 갖다 놓았다. 그리곤 어미들의 동정을 살폈다. 어미제비는 새끼 근처를 맴돌며 '지지배배. 지지배배' 고개 짓을 하며 울어댔다. 비상사태를 알리는 듯 보였다. 전화선위에 앉아 안절부절 이었다. 그러더니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것이 아니던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제비도 시대가 바뀌어서 새로운 문화를 받아 드렸던지 두 마리가 아닌 세 마리가 온 것이 이상했었다. 제비는 일부일처제로 알고 있는데 세 마리가 함께 다녔다. 암컷이 두 마리인지 수컷이 한 마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수상이 여겼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여름 내내 눈독을 드리는 고양이 쫓는 일부터 제비 보호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제는 무화가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며 앞마당을 '포르륵 포르륵' 뛰며 날 더니 어미를 따라 가고나니 한가해 졌다.

여름도 가고 빈집을 청소하며 뮤지컬이나 국악한마당에 흥부전을 떠올려 보며 시대가 변하고 기후가 변하여도 천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가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한눈을 판 제비네 가정이나 공든탑을 하루아침에 '미투' 사고로 와르르 무너트리는 세상일을 보면서 지금 난 잘살고 있는가.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그토록 샘가를 어지럽히던 무성했던 감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빈가지에 까치밥을 매달고 기도에 들었다. 여기저기서 망년회 모임이다. 연말 총회를 한다고 초청장이 날아들고 한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보니 왜이리 허전 할까. 하나하나 욕심부리지 않고 내려놓는 자연을 닮아야 하련만 무엇이 이렇게 아까운 것이 많은지 안쓰는 방에 쌓여가는 책과 창고에 안쓰는 그릇들을 주섬주섬 내 놓았다가 다시 차곡차곡 들여놓게 되는 이 버릇을 어쩌면 좋을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