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11.21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2018.11.21 본 사진과 칼럼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11.21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2018.11.21 본 사진과 칼럼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우리나라 대기업 임금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각국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500인 이상 국내 대기업 직원들이 6천97달러를 받을 때 미국은 4천736달러, 일본은 4천79달러를 받았다. 국내 대기업 직원들은 소득 수준만큼은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이는 원·하청 불평등, 노동자의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큰 배경은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도 원인이지만 대기업·공기업 강성노조의 기득권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다 함께 잘사는 나라'를 추구하기 위해선 노동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엊그제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함께 이룰 것인가?'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국내 대기업 직원들의 소득수준과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격차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대기업 직원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의 1.01배 정도 임금만 받지만 우리나라 대기업 직원은 GDP의 두 배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는 점이다. 임금이 대기업·공기업에 주로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7년 기준 한국에서 500명 이상 대기업 직원 1인당 월 평균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직원 5∼9명 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48.3%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2015년 기준 각각 78.8%, 일본은 2016년 기준 72.6%, 프랑스는 2015년 기준 63.4%였다. 한국은 500명 이상 대기업의 임금이 100∼499명 기업 임금의 1.4배, 10∼99인 기업의 1.7배, 5인 미만 기업의 3.1배나 됐다. 미국은 500인 이상 기업의 임금이 5인 미만 기업의 1.3배, 일본은 1.5배, 프랑스는 1.7배였다. 이에 대해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산별이 아닌 기업별 노사관계가 특징인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공기업 등 지급 능력이 좋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조가 조직돼 근로조건 격차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사회의 구조적 적폐와 고용시장의 기형적인 현상을 낳았다. 민노총·한노총 사업장의 고용세습이 단체협약에 포함돼 일자리가 대물림되고 있다. 이러니 '빽'없는 청년들은 양질의 직장에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고용시장의 '미스매치'도 심각하다. 대졸 청년들이 대기업에 몰리면서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이 때문에 차라리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과도한 임금격차가 가져올 폐해는 안 봐도 뻔하다. 정부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실현하려면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개혁을 통해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불평등이 확대된다면 정부가 그토록 외치는 포용적 성장은 희망사항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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