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창식 충북과학고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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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점점 매섭지만 빛이 좋은 날에는 학생들이 참 예쁘다. 꿈과 끼와 재능의 발산이 한창인 얼굴에 튼실한 씨앗 같은 눈빛이 풋풋하다. 색깔이 한껏 또렷해진 늦가을 나뭇잎처럼 꾸밈이 없어 반갑다.

2018 충북 청소년 소설문학상 당선작을 발표하였다. 충북교육감이 후원하고 충북소설가협회가 운영하는 문학상이 여섯 돌을 맞았다. 충북의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 응모 자격이 주어진다. 200자 원고지 70매 내외 분량으로 공모요강에 밝혔으니 분량이 과도하게 부족하거나 넘치는 작품을 심사에서 제외하였다. 예선을 거쳐 4명의 소설가로 위촉된 본심 심사 위원이 당선작을 선정하였다는데 올해는 고등학생이 아닌 중학생이 수상하였다. 소설을 쓰는 것은 만물의 변화를 가슴에 뭉글뭉글 익혀서 언어로 엮어내는 것이다.

등교하여 일 교시부터 칠 교시까지 바둑판처럼 조밀한 틀에 갇혀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잠재한 미래와 꿈을 진중하게 생각해 볼 틈이 있는가. 자유학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학생은 바둑판에 타의로 놓이는 바둑돌일 수밖에 없다. 잠재한 꿈과 끼를 상상으로라도 체험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충북 청소년 소설문학상 운영자로서 뜬금없는 욕심이 생긴다.

우리 학생이 소설을 쓴다면, 잠재된 미래 상상의 드러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소설은 어떤 인간이 어떠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지의 실천을 능동적으로 상상체험하게 한다. 반대로 어떤 상항이 인간을 어떠한 지경으로 만들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으로 체험하게 한다. 이러한 상상 체험의 과정에서 인물과 성격이 서술됨으로서, 또 다른 나를 창조하여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질서로 만들어지는 미래를 설계하느라 신명이 나는 체험이 될 것이다. 없음에서 있음을 보여주는 신의 창조가 아닌 현실의 있음에서 미래의 또 다른 있음을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창조의 체험이 된다.

김창식 충북과학고

소설 쓰기를 통한 상상 체험을 한 학생은 자신의 상상력을 믿게 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상상력은 과거의 어떤 기억이 현실의 어떠한 상황과 접목되는 순간 폭발하듯 생겨날 수 있다. 풀리지 않는 현실의 답답함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어느덧 무기력해진 자신감이나 의욕이 불꽃처럼 되살아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소설을 쓰기 위한 노트는 지치고 나른해진 몸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마음의 운동장이 된다. 현실을 보다 낳은 미래의 세계로 그려보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고 상상하는 기회의 벌판이 된다.

읽던 책을 젖먹이 아기처럼 가슴에 안고 골똘한 생각에 잠긴 모습, 시간이 정지한 고요의 공간을 만들어내듯 책을 읽고 있는 모습. 소설 쓰기에 골몰하고 있는 학생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그룹으로 소설의 주제와 줄거리를 협의하고 구성원이 돌아가며 집필하는 릴레이 소설을 쓴다면, 공감은 물론 소통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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