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KT 관계자 등이 복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8.11.25 / 연합뉴스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KT 관계자 등이 복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8.11.25 / 연합뉴스

지난 11월 24일 서울 KT 아현 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도심의 통신망이 마비되는 재난이라 할 만한 통신 대란이 발생했다. 오늘날의 통신망 구조는 줄기에서 가지로 뻗어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우회가 가능한 원형 구조를 갖는 것이 보통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주변의 KT 통신망이 모두 먹통이 되어 가입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주었다. 뿐만 아니라 통신사 간에 와이파이나 인터넷 통신망을 공유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도 비상시 통신망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먹통인 상태로 지속된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이런 재난에 대비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그나마 유영민 장관이 '올해 말까지 통신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한시라도 통신망이 단절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깊숙이 진입해 있다. 통신망에 연결된 컴퓨터를 사용하여 직접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휴대폰을 사용하고 인터넷 TV를 시청하거나 은행의 ATM을 사용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현대의 통신망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하니 우리를 위협하는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피해를 문명의 이기인 통신망 이용이 불가능해 질 때에도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정부도 늘 그 대책을 수립하고 대비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이웃나라들과 비교하여 재난에 이르는 자연재해가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은 아닌 듯싶다. 이웃한 일본 만해도 해마다 1천여 차례에 이르는 크고 작은 지진을 겪고 있고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엄청남을 알 수 있다. 중국 또한 홍수와 지진의 큰 피해를 당하여 고통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자연재난이란 태풍·호우·강풍·풍랑·해일·대설·한파·가뭄·조수·대설·지진·황사 등 그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난을 일컫는 것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설명하고 있다. 재난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결국 이번 통신 대란도 국민의 경제활동 등을 저해하고 국가적인 피해를 입혔으니 재난이라 할 것이다.

보통 자연재난은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자연의 매우 큰 에너지의 급격한 변동으로 발생한다. 이제는 자연재난에 더하여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내는 큰 에너지의 변화로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우리는 수백 마리의 말이 끄는 힘을 가진 자동차를 운전하며 더 큰 에너지로 움직이는 기차를 타기도 하고 비행기로 멀리 여행하기도 한다. 전기를 얻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화력발전소를 가동하기도 하며 농축된 에너지 형태인 가스저장소나 거대한 유류 탱크를 우리 주변에 두기도 한다. 결국 이런 큰 에너지를 갖는 것들은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재난에 대한 것은 미비하지만 나름대로 대비하는 법령들을 갖고 있기는 하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통신망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초등학생 아니 어린아이로부터 고령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단절되어서는 안 되는 신경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제 그 신경망이 잘못되면 그야말로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KT 아현 지사의 화재 사건을 통신망의 안전 확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실 통신망은 화재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해킹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피해에 대해서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통신구의 관리등급이 D등급이었는데도 서울의 25개 자치구의 20%인 5개 자치구에서 통신 대란이 발생했다. 만약 C등급이나 그 이상의 등급으로 관리되는 곳이었다면 어찌될 뻔 했겠는가. 책임을 맡은 공무원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큰 책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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