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 클립아트코리아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사설]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낭떠러지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적자가 났다고 신고한 중소기업이 20만개에 육박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적자 기업이 빠르게 늘면서 금리 인상으로 비용 압박을 받는 한계기업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중소기업에게 진짜 겨울한파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내년엔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고 근무시간단축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주로 몰려있는 지방경제도 1997년 IMF사태 못지않은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제 발표된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0원 이하의 소득(세무조정 기준)을 신고한 중소기업은 19만8천252개에 달했다. 1년 새 1만8천412개(10.2%) 증가했으며 증가 폭은 전년(9.0%)보다 더 확대됐다. 이 같은 수치는 중소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은 1년간 활동에도 소득을 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자 중소기업이 빠르게 늘면서 그 비중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14년 33.9%였던 적자 중소기업 비중은 2015년 34.4%, 2016년 34.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35%를 넘어섰다.

주력 산업의 부진은 수출 전진기지로 여겼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뿐만 아니라 충청권도 타격을 입혔다. 경남 수출은 거의 반 토막 났고, 울산 실업률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부산 역시 자동차와 조선이 흔들리면서 인근 공단에서 줄도산이 속출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적자 중소기업의 확대는 작은 비용 상승에도 도산으로 몰릴 수 있는 한계기업의 위험 또한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에겐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대기업 수출전략으로 성장해왔지만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근간이며 일자리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비중을 의미하는 '9980'이라는 통계가 말해준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0%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0%는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고삐를 쥐면서 산업현장에선 한계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인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 미·중 무역전쟁까지 대내외적인 악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 정도면 경제정책을 바꿔야 정상이지만 정부의 인식은 다르다. 지난 19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최저임금과 일치시키는 건 문제다. 중기부가 하는 일이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부처 장관이 중소기업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살아나려면 기업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대기업과 노조가 열린 자세로 중소기업을 상생파트너로 인식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의 중추신경'인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대기업도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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