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문서 시효·보존기간 지나 공개불가 방침
법원 채무서류 제출명령 등 조치시 가능성 있어

B씨가 금융기관에 신씨와의 채무관계를 확인받지 못하자 당시(1998년) 축협직원과 낙농조합장, 전무를 찾아가 채무사실 확인서를 받았다.<br>
B씨가 금융기관에 신씨와의 채무관계를 확인받지 못하자 당시(1998년) 축협직원과 낙농조합장, 전무를 찾아가 채무사실 확인서를 받았다.

[중부매일 서병철·신동빈 기자] 마이크로닷 부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과거 채무액 증명을 위해 근거자료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상법 상 문서 시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마이크로닷 부친 신모(61)씨의 야반도주로 6억원 상당의 목장을 통째로 날렸다는 A(56)씨는 경찰이 신씨를 수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전 제천축협을 찾아 대위변제 서류, 파산 당시 경매 서류, 조합 출자배당금 처리내역 등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A씨는 "낙농조합에 가입하면 보증형태로 출자금을 내는데 그게 1천 몇 백 만원 되고, 목장도 경매 할 때 5억원 정도에 넘어간 것으로 안다. 이 돈이 누구의 빚을 어떻게 갚았는지 알려고 서류를 요구했는데 규정상 보여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채무변제 내역을 상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A씨는 그 문서를 봐야 신씨의 죄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년 전에는 일단 돈부터 갚자는 마음에 정신없이 일을 진행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며 "파산하고 망했는데, 당시 발급받은 채무문서를 보관하는 피해자가 몇이나 되겠냐"며 가슴을 쳤다.

같은 이유로 제천송학농협 등 금융기관을 찾은 B(61)씨도 "중앙회에 확인해 보고 연락주겠다"는 말만 듣고 발길을 돌렸다.

B씨는 "수십 년 족쇄처럼 따라붙던 채무서류를 가지고 있을 사람은 없다"며 "금융기관이 관련 문서 몇 건을 이미 확인한 것으로 안다. 모든 내용을 수사기관에라도 공개해 신씨가 법의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축협 관계자는 "채무관련 문서 시효기간은 10년이고 보존기간은 5년이다"며 "20여년이 지났으니 이미 파기 되어야 정상인데 문건이 남아있어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경찰이 금융기관에 신씨에 대한 채무관계 증명을 위해 관련 서류를 요청하더라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피해자의 채무관계를 증명해 줄 책임도 있지만 시효가 지나면 변제할 금액이 남았더라도 채무관계가 소멸된다"며 "채권·채무자의 정보보호를 위한 조치여서 신씨 사기사건에만 예외를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법원이 신씨 사건 채무서류 제출 명령 등 조치 취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천·단양 축산농협. / 서병철
마이크로닷 부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제천축협에 채무액 증명을 위해 근거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 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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