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0대 한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경찰들이 현장수습을 마치고 있다. 2018.11.27 / 연합뉴스
70대 한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경찰들이 현장수습을 마치고 있다. 2018.11.27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공권력 붕괴가 위험수위를 넘었지만 정부의 대응이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충남 아산 유성기업 노조 간부 폭행 사건 당시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법원장 차량 화염병 투척 테러등 공권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잇따른 충격적인 사건에 국민들의 비난여론 높아지자 여야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조원들이 기업 임원들을 폭행하는 사태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이를 저지하지 못한 경찰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장 화염병 투척 사건에 대해선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중대 행위"라고 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기득권이 된 거대 노조와 그 노조에 빚진 정부^여당이 비상식적이고 무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밝혔다. 정치권의 지적은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이 같은 행위가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민노총의 불법행위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최근 들어 우리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불법 천막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가 불법천막을 철거하고 자신들을 끌어내는 경찰관을 폭행했다. 지난달 경북 김천시청에서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시장실을 불법 점거해 업무가 한때 마비됐으며 조합원이 공무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권력에 취한 민노총의 일탈이 심해지고 있지만 공권력은 엄청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성기업 폭력사태와 대법원장 차량 테러는 안하무인격으로 권력화된 노조와 이를 묵인하는 정부, 그 눈치를 보고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경찰의 합작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일련의 공권력 추락사태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불법시위를 엄단 하겠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불법에는 법대로 적극 대응하라"고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 하지만 백 마디 말보다 단 한 번의 추상(秋霜)같은 실천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찰이 적극 대응하다가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불법행위에 적극 개입하는 경찰관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일을 되풀이 된다면 정부의 불법시위 엄단 방침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와 법원이 법치를 바로세우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8일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달하러온 김부겸 장관에게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을 해야 하는 법관이나 직원들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치가 무너지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번일로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경찰의 정당한 대응이 소송에 걸리고 재판에 진다면 공권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가나 법이 선량한 시민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감이 확산되는 사회라면 법치는 땅에 떨어지고 공권력은 존재가치를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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