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광규 충청북도 교육정보원장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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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교육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본격 도입되는 2019년을 앞두고 컴퓨터 교육의 과거를 간단히 되돌아 보고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소프트웨어 교육은 어떠해야 할 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초등학교 현장에 컴퓨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5년 경의 일이라 기억된다. 당시 컴퓨터는 퍼스널 컴퓨터(PC)라고 했다. 본체는 안 보이고 브라운관의 모니터와 키보드가 전부였다. 학생들에게 베이식 외에는 달리 지도할 것도 없어 주로 교사 연수용으로 사용되었다.

1990년 경 학교에 컴퓨터 교실이 마련되고 학생 지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본체가 따로 있고 그 위에 모니터를 놓았다. 이때 컴퓨터를 XT, AT 컴퓨터라 했고 5인치가 넘는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면서 초기의 DOS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DOS(Disk Operating System)라는 말 자체가 디스크 관리 체제를 말한다. 베이식은 인터프리터 방식이라하여 컴파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코딩 결과를 화면에 보여 주기도 하고 무료였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했다.

그러나 컴퓨터 화면에 그래픽이 전혀 없이 텍스트로 된 소위 코딩이라고 하는 명령어를 화면 가득 입력하면 학생들은 이것을 외워서라도 다시 작성할 수 있었지만 이를 응용하여 조금 다른 내용을 프로그램으로 작성하는 데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실패한 컴퓨터 교육이었다.

2002년 초등학교 5,6학년에 적용되기 시작한 7차 교육과정에서의 컴퓨터 교육은 21세기 정보 사회를 대비하는 '기술 중심의 컴퓨터 교육'에서 '정보 사회 적응력 함양 교육'으로의 컴퓨터 교육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보다는 컴퓨터 활용 자체 교육으로 변화된 것이다. 소위 말하는 ICT 교육이 이루어기 시작했다. 그래서 컴퓨터실에서도 파워포인트와 워드프로세서를 교사가 아닌 컴퓨터 전문 강사들이 주로 지도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지도에 필요한 언어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학교 컴퓨터실에서는 컴퓨터 언어보다는 컴퓨터 활용 능력 위주로 가르치게 되었다. 또 컴퓨터 원주민인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없이도 컴퓨터를 잘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중·고교에는 컴퓨터 과목을 폐지하여 컴퓨터 교사들이 진로상담 교사 등으로 전환하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보면 컴퓨터 교육의 암흑기에 해당한다.

이제 2015 교육과정에 컴퓨터 교육이 새롭게 적용되기 시작한다. 큰 틀에서 2015 교육과정이 그리는 인간상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 융합적 인재이다. 창의 융합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창의 융합적 사고와 지식 정보처리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과정이 2015 교육과정인 것이다. 이제 4차 산업시대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컴퓨터를 교육함에 있어서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상어와 함께 헤엄치면서 상어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방법은 상어에 대하여 상어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면 된다고 한다. 컴퓨터가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사회인 4차 산업시대에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컴퓨터에 대하여 잘 아는 것이다.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어야 컴퓨터 때문에 죽는 일은 없을 것이며 더 바람직한 것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br>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

소프트웨어 교육을 코딩 교육이 전부라거나 마치 움직이는 로봇이나 단순히 조종만 하는 떠다니는 드론이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드론과 로봇이 창의적 사고력을 자극하는 도구가 아니라면 그것들이 교실 가득 움직이고 있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잘되고 있다고 흐뭇해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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