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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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군가와 물리적인 거리는 가까워지는데 마음의 거리는 자꾸만 멀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내면의 문제를 껴안고 살기에 욕망과 시기심에서 불거져 나오는 삶의 문제들을 피하기 어렵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가 겁이 나서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머리로만 살고 가슴으로 살지 못하면 삶의 치명적인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이어지는 삶의 여행길을 도착하는데 한평생이 걸리기도 하고, 끝내 가슴으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어떨 때 가슴이 뛰는지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다반사다.

오제은 교수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삶을 성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를 참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진정 누구인지, 내가 나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진짜 '나'는 내팽개친 채로 남의 기대와 평가, 눈치와 채면에 맞춰 살려고, 내가 아닌 '역할'로 살려고 애썼고, 그런 꼭두각시 같은 삶을 아주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를 돌보기는커녕 미워하고 야단치고 판단하고 해석하고 자학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올바른 삶이고 잘사는 삶인 줄로 착각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엔 진정한 기쁨이 없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있는데 정작 '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허전하고 외로웠습니다."

삶의 문제들은 '머리와 가슴 사이의 차이'에서 생긴다. 살면서 겪게 되는 문제들은 감정과 연결돼 있고,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조절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가슴으로 살기 위해서는 감정을 파악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절대적이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과 감정을 통해 외부와 접촉하는 행동 주체인 자아 즉 '현실을 이끌어가는 나'를 인식하는 과정이다. 삶을 좌지우지하는 핵심감정이 무엇이고, 직시하지 못한 기억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무엇인지,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연약한지 알게 된다. 마음을 들여다볼 때는 뼈아픈 고통일지라도 치부까지 끄집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유혹 앞에 약하고 무너지는지, 어떤 욕망과 생각이 영혼을 지배하는지 지각(知覺)하게 된다.

나는 56년을 '진짜 나'로 살지 못하고 '가짜 나'로 가면을 쓰고 살았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어릴 적에 받았던 내면아이 상처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감정을 억압하며 살아왔다. 자아가 미성숙한 상태인 어른아이에 머물러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삶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핵심감정으로 내면화되어 일상을 지배했다. 삶의 방식과 패턴이 회피하기와 눈치 보기로 고착화 되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으로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았다. 행복한 삶은 내면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에 대한 이해로 완성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건강한 마음은 세상살이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해주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스스로 열등감을 느끼고, 자기 조절을 못하고, 마음 상태가 불안감에 빠져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가 어렵고 남을 사랑하기는 더 어렵다. 너새니얼 브랜든은 <자존감의 여섯 기둥>에서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의식하며 살기, 자기 받아들이기, 자기 책임지기, 자기 주장하기, 목적에 집중하기, 자아 통합하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슴으로 사는 진짜 행복은 나답게 살게 해주는 건강한 자존감이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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