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교 교수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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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묘수는 꼼수이다. 위대한 것이 실패인 경우도 있고 비천한 것이 성공일 때도 있다. 그러나 묘수가 많아지는 인생살이는 꼼수 인생이다. 묘수가 필요한 형국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보편적인 진리의 연속선상에 있다. 특별함이 평범함만 못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훨씬 더 여유롭다는 연구 결과도 충분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경외할 수 있다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그러므로 몸을 건강히 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진다. 평범한 진리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평범함을 무시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긴 시간을 두고 보면 특별함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특별함은 평범함 속에 포함되는 것이지 평범함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기초질서를 지키는 자가 고루한 존재이다. 차 없는 길에서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 사내에서 먼저 인사하는 사람, 정류장에서 말없이 줄서는 사람 등 기본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부족하고 고독해 보인다. 부모들의 대화 속에서도 꼼수 재기가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고 하면서 소위 좋은 대학에 가거나 대기업에 취업, 돈 버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지만 길흉화복은 연유가 없다. 인생이 새옹지마이듯 풍랑은 찬 배도, 빈 배도 뒤집을 수 있다. 그러므로 풍랑을 이겨낼 수 있는 기본방책을 익히는 것이 선수이다.

한국 경제는 늘 부침이 컸다. 어떤 때는 위기도 극복했고 또 고속성장을 하기도 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소득주도성장이란 정책으로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었다.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렇지만 최근 경상수지 흑자와 여행수지 적자가 의미하는 건 한국 경제가 매우 정상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북핵문제, 고유가문제, 노사문제였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고질적인 지병의 원인으로 괴롭혔던 것들이 잘 풀려나가는 형국이다. 혹자는 혼탁한 국내 정치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치는 늘 그렇게 싸우면서 크는 것이다.

요즘은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어렵다고 한다. 기업인들이 모이면 기업하기 어렵고,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는 것이 공론이다. 중구삭금, 적훼소골이라 하지 않는가. 말은 쇠와 돌도 녹이고 비방하는 말이 많아지면 굳은 뼈도 녹인다고 한다. 정부도 끊임없이 뱉어내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기본을 지키자는 권고를 하고 싶다. 기업의 해외이전이 쉽지않고 폐업은 더욱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을 지키고 본질을 수호하는 것이 길게 보는 것이고 상수(上手)인 것이다.

그럼 기본이 무엇인가. 예컨대 기업에서는 종업원의 출퇴근 시간 준수이다. 노동자의 건강은 출퇴근 시간을 잘 지키는데서 시작된다. 또 사람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예컨대 식당 메뉴를 바꾼다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가정도 가족끼리 자주 만나는 것이 기본이다. 고독(孤獨)이란 말은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말하는데 이는 가족 문제를 빗댄 것이다. 본래 고독은 환과고독(鰥寡孤獨)으로 배우자가 없거나 부모가 없는 자식 또는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의 느낌이 고독이다. 그러니 자주 만나서 고독을 줄이면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경제에도 묘수는 없다. 정부가 9.13 부동산 종합대책과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 때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폭등하는 부동산 거품을 잡기에는 부족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 얼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보면 전문가가 따로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이 또한 사이클을 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정부도 기업도 경제정책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시장이다. 시장을 분석하고 정책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정책목표를 정해 놓고 시장을 꿰 맞추려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IMF사태도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의 목표의 덫에 걸려 환율 관리에 실패하면서 무참히 당한 것이 아닌가.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 중부매일 DB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 중부매일 DB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1만원 시급 달성 목표의 덫에 걸렸다. 최저임금 현실화는 점점 어려워지는 수출기반 경제에서 내수기반 경제로 전환을 모색해야 입장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필자 또한 소득주도성장이론이 한국의 산업구조조정 측면이라면 공감하고 찬성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정책 진입이 되어야하는데 목표에 끌리는 정책이었으므로 저항에 부딪히고 피로감이 쉽게 온 것이다. 성장의 덫에 걸려 국정 시간을 허비한 정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므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맞추기 위해 애쓰지 말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챙겨보다.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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