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 갈무리.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 갈무리.

[중부매일 사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교통사고 차량에 방치돼 있던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2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청원에 동참했다. 교통사고는 전국 어디에선가 매일 같이 일어나지만 지난달 22일 새벽 청주시 오창읍 도로에서 음주운전자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사고는 누가 봐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했다가 충돌사고로 의식을 잃은 뒷좌석에 있던 20대 여성 부상자가 7시간여 만에 사고현장이 아닌 자동차 수리업소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 여성에겐 고통과 공포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황당한 것은 사고 직후 음주운전자등 앞좌석에 탄 2명이 뒷좌석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고 사고 현장에 경찰과 119구조대 10명이 출동했으나 인명수색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뒷좌석의 부상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고차량 1대에 그 많은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뭘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친 부상자는 사고발생 12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전신마비 환자가 돼 재활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경추 신경을 다친 환자는 3시간 안에 응급수술을 받아야 회복 경과가 좋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지만 부상자를 발견하지 못해 그 시간을 놓친 것이다. 경찰과 119 구조대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를 제대로 파악만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아무리 많은 구조대가 출동했어도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가져온다는 점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새벽 시간 날이 어두워 뒷좌석에 부상자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바 있다. 명백한 변명으로 들린다. 경찰이라면 몰라도 화재진압, 구조 활동, 구급활동이 주 임무인 119 구조대라면 재난사고처리, 인명구조, 응급처치, 환자이송을 하려면 현장수색은 기본이었을 것이다. 구조·구급활동에 대한 메뉴얼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작년 말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를 통해서 드러난 문제점은 열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많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이다. 화재 초기에 구조대가 정확한 판단만 했어도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유족들이 집중적으로 질타했고 소방청도 자인(自認)하고 있다. 재난현장에서 소방관들의 노고는 아무리 치하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사고현장에서 미숙한 초등대응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 음주교통사고 피해자도 결국 119구조대와 경찰이 사고현장에서 초등대응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적어도 119구조대원이라면 급박한 상황일수록 차분하게 대응한다면 인명피해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무책임한 경찰과 119, 그리고 분명 자신의 눈으로 뒷좌석을 확인했던 사람들의 거짓 증언으로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곰씹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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