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束縕請火(속온청화)
[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束縕請火(속온청화)
  • 중부매일
  • 승인 2018.12.05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마를 묶어 불을 빌리다
곤경에 처함 사람을 도와줌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살다보면 오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 오해를 사면 관계가 서먹하게 된다. 이런 일이 있었다. 번역할 문건 한 구절이 애매하여 한참을 고민하다가 교정이나 한 바퀴 돌 요량으로 연구실을 나섰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도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진 느낌이었다. 연구실에 돌아와 마무리를 하고 기분좋게 퇴근했다. 며칠 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선배 교수님과 식당에서 마주쳤다. "배 교수! 나한테 화났나? 내가 인사를 해도 그냥 지나쳐가더군!" 나는 교수님을 지나친 적이 없었다. 적어도 최근에는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선배 교수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선배님! 제가 선배님을 모른 척했던 기억이 없는데요? 언제!" 선배 교수님이 "지난 수요일인가? 배 교수가 산보를 하더라구. 내가 멀리서 손 인사를 보냈는데 말도 없이 그냥 지나가던데?" 그제서야 생각났다. 내가 교정을 한 바퀴 돈 날이 수요일이었고, 책을 보다가 안경을 벗은 채 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맞습니다. 교수님. 제가 그날 연구실에서 머리도 복잡하고, 눈 피로도 풀 겸 안경을 쓰지 않고 교정을 돌아다녔어요! 제가 미처 선배님을 제대로 보질 못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그랬구만! 내가 고연히 오해했네!" 오해가 풀렸다. 이렇게 쉽게 오해가 풀리면 좋지만 더러는 작은 오해가 오해를 낳아 아예 인간관계가 서먹해지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오해와 관련된 고사가 『漢書(한서)』에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옛날 한 집에서 고기 한 덩어리가 없어졌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몰래 먹었다고 의심하여 며느리를 쫓아버렸다. 며느리가 친정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웃의 한 할머니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그 할머니가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시어머니로 하여금 당신을 데리고 가도록 하지"라고 말하였다. 말을 마친 다음 그 할머니가 "삼을 묵어서 고기를 잃어버린 집으로 가서 불을 빌리면서(束縕請火于亡肉家)" 그 집의 시어머니에게 "어제 저녁에 몇 마리의 개들이 고기 한 덩어리를 놓고 싸우다가 우리 집 마당에서 서로 물어 죽이고 말았어요. 불 좀 빌려다가 시체를 태우려고요"라고 말하였다. 시어머니가 이 말을 듣자마자 오해가 사라졌고, 바로 사람을 시켜 며느리를 데려오게 하였다.

작은 오해가 며느리를 쫓아내게 만들다니! 오해는 참 무섭다. 그래도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어 오해를 풀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혜롭게 오해를 풀어주는, 그래서 원래의 인간관계가 회복시키는 일이 어찌 그리 간단한 일이겠는가? 작은 지혜로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 그래야 주위에 좋은 사람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