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최인숙 탄금초등학교 교사

실뜨기. / 클립아트코리아
실뜨기. / 클립아트코리아

수업이 시작하려면 한참 멀었는데 아이들이 뒷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선생님 실뜨기와 딱지치기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어요. 오늘 한 시간만 더해요. 네?"

사회시간에 옛날의 세시풍속에 대해 배우는데 교육과정을 재구성 하면서 아이들과 실뜨기 하는 방법과 우유갑을 접어 딱지를 치는 다양한 체험을 해 보기로 했다. 기본 실뜨기부터 둘이 하는 실뜨기까지 배운 후에 마지막 단계인 혼자 실뜨기 시범을 보였더니 빨리 알려 달라고 난리법석이다. 궁금해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초집중을 하며 본다.

"엄지로 하나 둘 셋 그리고 새끼손가락 실 빼고 엄지 검지 만나고 젓가락 그리고 새끼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 엄지손가락 실 빼고. "

이렇게 몇 번 했더니 눈썰미 좋은 아이는 바로 이해해서 터득하면 그 아이는 실뜨기 선생님이 되어 친구 가르치기 하브루타가 시작된다. 한 명이 두 명씩 가르치다 보면 2명이 4명이 되고 4명은 8명이 되어 점점 더 실뜨기 선생님이 늘어나 수업시간이 끝날 때 즈음 거의 익히게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교실 안에 웃음소리가 퍼지고 시끄러워지면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신나서 나도 할 수 있다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해 보인다. 가르쳐 준 친구도 행복하고 배운 친구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 교실이 다른 때보다 더없이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혼자 실뜨기에 대해 전파력은 대단했다. 이제 실뜨기 달인이 되어 엄마도 가르쳐주고 동생도 가르쳐주면서 하브루타 실뜨기 선생님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미국의 MIT대학의 사회 심리학자 Lewin이 세운 National Training Lab(미국행동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학습피라미드는 외부 정보가 우리의 두뇌에 기억되는 비율을 정리해 둔 것인데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90%의 효율을 갖는다고 나와 있다. 이것은 친구를 가르치는 것으로 1시간 공부한 사람과 동일한 효과를 얻으려면 읽기는 9시간 강의는 18시간을 해야 한다. 알고 있는 것을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가르친다는 것은 학습피라미드에서 보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로 메타인지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학생 참여 중심의 배움 중심 수업을 실현 할 수 있는 하브루타 수업을 처음에는 어수선하고 시끄럽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일단 규칙을 정해놓고 수업을 하면 아이들의 자발적인 질서가 생겨나고 짝 하브루타나 모둠 하브루타를 할 때 더욱 집중해서 들으려고 엉덩이를 들고 귀 기울이며 토의 토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비경쟁 독서토론 모임에서 '행복의 기원'이란 책을 읽고 토론한 적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전에 본 영화가 생각났다. '꾸뻬씨의 행복'이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 헥터가 행복을 찾아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15가지의 다양한 행복의 단서를 찾아내지만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행복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밥 먹는 것이다라는 소박한 이야기로 끝이 난다. 행복이란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소소한 것이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실뜨기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웃었던 시간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최근 나에게 준 소확행의 시간이었기에 추억 할 수 있는 수업이야기가 되었다. 오늘도 아이들은 실뜨기와 딱치치기를 하자고 조른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인정해주면서 교실 속의 온도가 좀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서로 믿고 지원해 준다면 학교의 온도도 더불어 상승하여 행복한 학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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