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담다
행복을 담다
  • 중부매일
  • 승인 2018.12.0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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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난영 수필
이난영 수필가
이난영 수필가

가을 길 환하게 밝혀주는 색색의 코스모스가 방글방글 웃음꽃 피우면, 머지않아 고운 옷으로 갈아입은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보겠구나! 하는 설렘이 있었다. 11월이면 무작정 길을 떠나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도 했다.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린 12월이면,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쓸쓸함과 허전함이 공존한다.

공직생활을 마감하던 그해 봄, 넓적다리 골절로 3개월 입원 치료에 목발도 일 년 이상 짚었다. 목발을 오래 짚다 보니 자세마저 흐트러져 몸이 쇠락해지면서 마음도 사그라든다. 퇴직 당시만 해도 중단한 박사학위 취득, 취미활동, 봉사활동 등 꿈으로 가득했었는데 병원만 가까이하는 것 같아 먹장가슴이다.

언제까지 실의에 빠져 있을 수 없어 절망과 아픔의 문을 닫아걸고, 행복의 문을 두드렸다. 그동안 바쁘다고 주춤했던 글쓰기에 매진하여 '난을 기르며'와 '행복 부스터' 두 권의 수필집을 발간하며, 근심과 걱정을 행복으로 담아냈다.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구름 뒤에는 항상 빛이 존재한다.'는 명구처럼, 하루하루 나빠지던 건강이 지난해부터 휴식을 취하는 듯해 희망을 준다. 더 늦기 전에 봉사활동을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이 앞섰다. 몸이 틈을 주지 않아도 배 봉지 씌우는 농촌봉사 활동, 독거노인을 위한 손뜨개 봉사, 사회복지시설도 다녀 보았으나 녹록지가 않다. 한번 다녀오면 다친 다리와 허리 디스크가 악화하여 며칠씩 병원에 다녀야 하니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다.

내 능력에 맞는 봉사활동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신기하고 묘한 풍선아트를 만났다. 어릴 적 풍선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라 반갑고, 적성에 맞을 것 같아 기뻤다. 풍선아트 하면, 각종 행사 시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색상, 장식, 디자인을 첨가하여 행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풍선아트는 풍선을 이용 작품을 만들어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소소한 소품부터 자동차 비행기 등 대형작품까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생활 속에 접목하면 도움이 되는 풍선 활용법도 무궁무진하다. 또한 좌우 뇌를 모두 활용하므로 창조성 증진과 두뇌발달,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재미있게 배우다 보니 10주가 훌쩍 지나갔다. 아쉬움에 수강생 전원이 동참하는 풍선아트 상록자원봉사단을 발족하고, 며칠 후 인근 요양원으로 봉사활동까지 다녀왔다. 수업할 때와 달리 직접 봉사활동을 해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 마침 5주 중급과정이 개설되어 교육을 받으며 2급 자격증 시험까지 도전했다. 삼복염천이 연일 기승을 부릴 때 필기시험을 준비하느라 땀은 흘렸지만, 세월이 거꾸로 가는 듯 열정은 넘쳐났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니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봉사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했다.

풍선아트는 가는 곳마다 인기 만점이다. 요양원 봉사 때도 뜨거운 호응에 놀랐는데, 청원생명축제 때도 예상 밖으로 인기가 높아 어리둥절하였다. 두시부터 자원봉사 예정이었지만, 단원들은 들뜬 마음에 한 시간 반이나 먼저 도착했다. 혼잡을 피하고자 칼, 모자, 꽃, 곰돌이 등 작품을 미리 만들고 있었다. 예쁘게 만들어진 풍선을 본 아기부터 어르신들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 예정 시각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봉사를 시작했다. 열댓 명이 만들어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다급한 마음에 제대로 만들지 못해 어설픈데도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감명스럽다. 팔이 아프도록 풍선에 펌프질하면서도 무지갯빛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 회원들의 모습은 보름달처럼 푸근함을 준다.

재미와 의미뿐만 아니라 배우는 행복, 나누는 즐거움을 준 행복 바이러스 같은 풍선아트! 이제 겨우 봉사의 첫걸음을 떼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싶은 소망을 품어본다.

무술년이 풍요와 활기를 상징하는 황금개띠해라고 술렁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눈을 감고 한해를 뒤돌아본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손자들의 재롱, 인생 3막을 시작하고 활력이 넘치는 남편의 모습, 자원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들이 떠올라 미소 지어진다. 더욱이 다리를 다쳐 숙제로 남아있던 자원봉사단 입단으로 홀가분한데 풍선아트 2급 자격증까지 취득하여 기쁨과 희열, 성취감을 느낀 해로 기억된다.

어찌 보면 삶은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행운과 고난의 연속인지 모른다. 다만,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뿐이지. 기쁨도 행복도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바로 나 자신만이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하며, 즐거이 남은 날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정진하련다.

만일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봄이 그토록 기다려지고 즐거울까? 다리를 다쳐 몇 년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기에 완쾌는 아니더라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위에서 자기 몸이나 잘 관리하라고 충고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것 같아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인다. 마음속에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 담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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