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국공립유치원 확충 및서비스 개선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18.12.6 /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국공립유치원 확충 및서비스 개선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18.12.6 / 연합뉴스

우리의 전통사회는 자녀를 교육하는 일보다 더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은 없다고 인식하여 교육을 태아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사회였다. 조선 정조 24년, 청주출신의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이며 문필가인 사주당 이씨(師朱堂李氏)가 저술하고, 그 아들 유희(柳僖)가 풀이해놓은 '태교신기(胎敎新記)'는 동서를 막론하고 태교에 관하여 집대성한 가장 오래된 고전이기도 하다. 오랜 옛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아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에 대한 통괄적인 고려가 이미 기록되어 있다. 인간의 품성이 처음 10개월의 태내 교육이 결정한다는 등의 근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그 과학적인 지혜에 새삼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태아기에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가에 따라서 태아의 인격과 성격이 형성된다. 최초로 경험하는 세계인 태아기의 경험이 행복하였다면 세상에 나와서도 따뜻하고 기분이 좋을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므로 안정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출생 이후 영아기의 뇌는 급속하게 자라서 2세경이 되면 성인의 75%에 도달하며 6세 이전에 두뇌발달의 80% 정도가 형성된다. 그래서 이 시기를 두뇌발달의 결정적 시기라고 부른다. 이런 사실들이 조기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의 관건은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체계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논리력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코딩 교육은 붐을 이루는 까닭이다.

유치원의 역사가 그리 짧은 것은 아니다. 1909년 함경도에 처음으로 나남유치원이 설립되었고, 그 뒤 1914년에 미국의 브라운 리가 선교 활동의 하나로 이화유치원(지금의 이화여자대학교 부속 유치원)을 설립했다. 해방 후 미군정이 들어서 4~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치원이 전국에 165개소가 설치되었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제정된 1949년의 교육법에는 유아교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1962년에 '유치원 시설기준령'이 제정되고, 1969년에 '유치원 교육과정령'이 공포되면서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애초에 유치원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되었고 따라서 사립이 주종을 이루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 뒤, 유아교육의 중요성과 더불어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지향하는 정책방향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1970년에는 최초의 공립유치원인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설치하였고, 1976년에 서울에 4개, 부산에 1개의 공립 유치원이 설립되었으나 여전히 사립 유치원이 많다. 이미 예상된 일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사립유치원들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유치원의 비리문제가 연일 뜨겁다. 비리유치원의 유형은 횡령 탈세 등 도저히 교육기관이라고 보기 힘든 범죄에서부터 행정처리 미숙 공금유용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10월25일)을 발표했다.

유아교육의 질적 혁신을 위해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020년까지 사립유치원에 국가교육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을 의무화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와 결과 공개를 상시화하는 한편, 국·공립유치원 취원률을 최대한 빨리 4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유치원의 지원금 부정사용 시 처벌·환수가 가능토록 하는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등의 개정을 발의(박용진 의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대책을 놓고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과 학부모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무리한 시도와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4차산업혁명시대, 국민의 기초교육기관으로서 유치원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이처럼 절실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을 것이다.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이다. 오죽하면, '출산파업'이란 말이 나돌겠는가?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영유아 교육의 국가책임,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