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KT 관계자 등이 복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8.11.25 / 연합뉴스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KT 관계자 등이 복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8.11.25 / 연합뉴스

가까운 미래를 정의하는 말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의 시대, '로봇'의 시대, '초연결'사회 등이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이 말들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은연 중에 미래사회를 밝게 해 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와 있는 것이 바로 '초연결'사회일 것 같다. 영어로는 'Hyper-connected Society'라고 하는데, 사전적으로 '인터넷, 통신기술 등의 발달에 따라 네트워크로 사람, 데이터, 사물 등 모든 것을 연결한 사회'라고 정의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 기기와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이다. 사물인터넷(IoT), 만물인터넷(IoE) 등을 기반으로 구현되며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초연결사회는 개인,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여론형성 과정, 정책 결정, 의사결정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초연결사회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삶이 편리해지고 풍성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별도로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생체 정보만으로도 쇼핑이 가능한 사회가 온다는 것이다. 또 이제는 'LTE 시대'를 넘어, '5G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더 많은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가능해 지고 있다.

하지만 초연결사회는 편리함만큼 위험성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이다. 초연결사회에서는 다양한 IT 인프라가 사회시스템을 운영하는 핵심이 되고, 거기서 발생하는 기술적 위험이 사회시스템을 위협하기도 한다. 또한 정보기술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따라 그러한 정보기술 인프라가 문제가 생긴다면 사회가 전체적으로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아울러 전기·통신 등 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거대화될수록 단일 기업이나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게 된다. 결국에는 사회적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이 사회를 유지시키기도 하지만 거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회 전체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현저히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초연결사회의 위험을 부분적으로 경험하게 한 것이 최근 발생한 'KT 통신망 화재사건'이다. 이번의 화재는 KT 아현지사 통신구에 발생한 화재이다. 아현지사 건물 지하의 통신구 연결통로에서 지난 11월 24일 발생하였으며, 이 사고로 지하 1층 통신구 약 79m가 소실되면서, 서울 한강 이북 서부 지역에서 KT 인터넷, 휴대폰 무선통신 등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150m 통신구 중 고작 79m가 불에 탔을 뿐인데,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통신실 지하 2m 아래 매설된 16만8000회선의 유선회로와 광케이블 220조 가닥에 불이 붙으면서 총 14개 동의 인터넷과 통신이 모두 두절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통신장애의 여파로 금융서비스도 심각한 장애를 겪었다. 상가들은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일일이 시민들에게 계좌이체를 받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이에 대해, KT는 가입자들에게 3개월 평균치를 기준으로 1개월 치 이용료를 감면해 준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통신망 장애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KT는 일단 상인들과 피해 규모를 직접 협의한 뒤 보상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인들 입장에서도 명확하게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번 KT 화재사고는 초연결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단면을 잘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생겼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도 명확해 졌다. 이동통신 이용자 등 개인에 대한 보상이나 문제의 해결은 이번 사례에서도 보듯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사례도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소상공인들은 소외를 경험했다. 과장해서 말하면 초연결사회의 인프라에 문제가 생겼는데, 최종적인 피해자는 소상공인들이 된 것이다. 그러한 이유는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어떻게 측정하고 보상할지 등에 대해 제도적으로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확장하는 것도, LTE보다 20배나 빠르다는 5G 시대를 여는 것도 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예상하고 해결방안을 미리 제도로 준비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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