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충남 천안주재

천안시 시내버스가 운행중이다. 
천안시 시내버스가 운행중이다. 

[중부매일 기자수첩 유창림]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관여하기 꺼려하는 대표적인 업무가 버스노선개편이다. '집 앞에서 학교로, 직장으로, 터미널로, 역으로, 백화점으로, 전통시장으로 직선 버스노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지만 시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천안시는 2007년 버스노선 전면 개편 이후 10년만인 지난해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했다. 시행 이후 1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스템을 문제 삼는 민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집 앞에서 직선으로 갈 수 있던 어느 곳을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한 번만 타면 됐는데, 이제는 환승해야 한다"는 등 지극히 개인적이다.

이 사적인 민원이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시의원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면 공적인 민원으로 바뀐다. 지난 4일까지 열린 천안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버스노선에 대한 질의가 줄을 이었다. 대부분이 지역구 주민불편을 등에 업은 것이었고, 당장 특정 버스노선을 개편해달라는 엄포도 있었다. 분명, 지역구에서 "버스노선이 불편하니 해결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을 것이다. 시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또 다른 지역의 노선이 어긋나게 된다. 또 다른 지역구 시의원의 입을 통해 똑같은 민원이 접수될 것이다.

과거 버스노선 개편을 담당한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서 요구하는 하나하나를 다 수용하다보면 버스가 어디로 가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유창림 충남 천안주재

실제, 당초 천안시는 2016년 버스노선을 개편하려했지만 각계의 요청에 용역을 마무리하고도 발표를 뒤로 미뤄야만 했던 경험이 있다. 버스노선은 개인이 아닌 대중을 위한다. 대중은 개인의 의견이 아닌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한다. 데이터베이스는 정답은 아니지만 최선의 노선을 짜기 위함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천안시의 도로망, 인구밀집지역은 상당한 변화가 이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견이 아닌 데이터베이스가 우선이 돼야 한다. 시의원들에게 말하고 싶다. "버스노선에서 만큼은 침묵이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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