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는 소년 / 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이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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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해마다 이때 쯤이면 이 시를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읽고 설렌다. 교과서에 실려있을 정도로 유명한 시. 그런데 이 시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하나같이 '가난과 비극을 사회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는 해설이 곁들여져 있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나 "진눈깨비" 라는 문장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보다, 김종삼의 비극적인 삶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것을 나는 다르게 읽는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조건없는 아름다움의 진수이며, "양(羊)들의 등성이" 위에 내려앉아 가뭇없이 사라지는 "진눈깨비"를 아름다움의 절정이라고 고쳐 읽는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받는 사람 마음이다. 이 시는 그것을 허용하고 있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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