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일터 만들어가는 취업컨설턴트들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일·가정 양립 분위기 확산속에서 기업들이 하나둘 달라지고 있다. 유연근무제 도입, 여성휴게실 개선 등 여성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해 이직률을 낮추고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심축에 충북새로일하기지원본부 취업컨설턴트들이 있다.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본부장 오경숙) 취업컨설턴트들은 여성들의 취업 및 고용 유지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 즉 여성친화·가족친화 일터를 위해 기업들을 컨설팅하고 교육하며, 일터에서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충북새일본부의 '출근이 기대되는 일터문화조성사업 '행복기업(氣up)프로젝트''가 더 관심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도내 11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충북새일본부 취업컨설턴트 중 4인을 만나봤다.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취업지원센터의 취업컨설턴트인 (사진 왼쪽부터) 박주영·용인선·홍영숙·조연화 센터장이 여성취업지원을 약속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br>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취업지원센터의 취업컨설턴트인 (사진 왼쪽부터) 박주영·용인선·홍영숙실장, 조연화 센터장이 여성취업지원을 약속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충북새일본부 취업컨설턴트란

취업컨설턴트들은 근로자의 입장에서, 기업의 입장에서 근무하기 좋은 직장, 생산성이 높은 일터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은 여성근로자들의 취업지원과 취업후 적응을 돕고, 기업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진단해 컨설팅해주며, 기업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교육, 워크숍, 레크레이션 등 다양한 맞춤형 방식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취업컨설턴트는 '열쇠'다. 취업지원은 개인별, 기업별, 근로자별, 상황별, 지역별로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맞춰서 꼭 맞는 곳에 연결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조금만 안 맞아도 문이 열리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하면 망가져버리고…. 하지만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저희 취업컨설턴트 라고 생각해요."(조연화 단양취업지원센터장)

"취업설계사는 '선구자'다.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내가 개척해가야 하는 부분이 있고, 연애하듯이 기업과 밀당(협상)도 해야 하고, 전투적으로 싸워야 할 때도 있으니까."(용인선 보은취업지원센터 실장)

"경력단절여성이나 구직자, 취업자들에게 '친정엄마' 같은 역할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죠."(홍영숙 음성취업지원센터 실장)

"'지역의 서포터즈'다. 구직자와 구인기업의 중간다리 역할로서 서로에게 정보전달을 해주는 서포터즈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박주영 괴산취업지원센터 실장)

취업지원경력 12년차인 조연화 센터장은 다양한 상황의 개별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하는 컨설턴트들의 역할에 주목했고, 2010년 입사한 용인선(52) 실장은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개척'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꼽았다. 충북새일본부의 최고령 취업컨설턴트인 홍영숙(58) 실장은 평소 '친정엄마' 같은 존재감으로 여성취업자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고 있다. 7년차 경력의 박주영(37) 컨설턴트는 서포터즈로서의 역할이 취업지원을 넘어 더 다양한 사회서비스와 접목되고 그 역할과 책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 손으로 일군 '변화'의 불씨

"바늘로 바위를 찧는 기분이랄까요. 단양에는 여성이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정말로 없어요."

조연화 단양취업지원센터장은 올해 현대석회㈜, ㈜데코페이브, ㈜라인프러스, 서운에스오엠㈜ 단양지점 등 4개 기업에 대해 행복기업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올해 292명의 여성취업을 지원한 경력 12년차의 베테랑 그녀에게도 구직지원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단양에는 10인 이상 중소기업이 28곳밖에 없고 그마저도 시멘트 관련 업종이라 남성중심적 문화가 팽배하다. 기업들도 비협조적이라 단체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타로상담사를 동원해 개별상담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공들인 끝에 성과는 있었다. 꼼짝않던 대표가 마음을 열었고 우여곡절 끝에 전 직원이 함께하는 문화산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외의 기업들에는 전 직원 볼링대회, 무비데이, 뮤지컬 관람 등을 통해 유연한 조직문화 개선을 시도했다.

용인선 실장도 '변화'를 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은 고단하지만 보람은 크다고 힘을 보탰다. 용 실장은 보은지역 3개 기업에 대해 행복기업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1개 기업이 포기해 ㈜산마을, ㈜다린을 노크했다. 전 직원 교육·레크레이션 등 3회씩 지원해 조직의 소통과 화합을 유도했다. 용 실장은 "바쁜데 교육을 왜 하냐는 것이 기업들의 첫 반응이었지만 프로그램을 1~2차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이 보이니까 임원들도 만족해했다"며 "변화로 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실제로 변화가 나타나니까 기업들도 만족해하고 보람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홍영숙 실장은 올해 음성군 소재 ㈜사옹원, 바이오에스텍 2개사의 조직문화에 '소통'을 불어넣었다. 업무량이 많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특성을 고려해 업무소진예방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했고, 기업들의 호응이 좋았다. 홍 실장은 "음성지역은 구인난이 심각해 적은 인원으로 빠듯하게 일하다 보니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정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올해 5월에 시작하려고 했던 사업을 11월에서야 진행했는데 기업의 입장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주영 실장은 괴산군 ㈜미미식품, 내추럴쿡㈜ 등 2개 기업을 진행했다. 내추럴쿡㈜의 경우 신생기업이라 복지제도가 전무해 직원들과 워크숍을 통해 의견을 들어가면서 복지제도 설계부터 도입을 도왔다. 50~60대 고령층 비중이 많아 신체활동프로그램 '단월드'를 진행했는데 만족도가 높았고 기업에서 내년부터 사비를 들여 매달 정례화하겠다고 약속해 뿌듯했단다. 박 실장은 "괴산은 구인·구직 관련 정보전달체계가 구축돼있지 않아 취업지원센터의 중간다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가족친화문화 전파

기업들의 '변화'는 쉽지 않았고, 한번에 이뤄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공을 들인 끝에 기업들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새일본부 지원으로 일터환경이 개선되고 조직문화가 밝아질 때마다 기업들은 만족감을 드러냈고, 새일본부를 통해 채용한 인력으로 이직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여성친화적인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생겨났고 일·가정 양립 문화가 충북도내에 퍼져가고 있다.

조연화 센터장은 "기업 대표들의 생각을 깨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 기업의 문화를 바꾸기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컨설턴트 일을 하면서 느낀다"면서 "기업문화의 변화를 위해서는 기업 전 직원의 장기간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고 전 직원의 의식이 같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선 실장도 "기업 오너의 마인드가 달라져야 기업이 변할 수 있다"며 오너의 의식변화를 첫 단추로 꼽았다. 그녀는 이어 "새일본부의 지원을 통해 기업과 윈윈하고 근로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영숙 실장은 앞으로는 여성들의 취업지원 이상으로 가족친화문화 조성·전파 역할에 더 충실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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